‘천하오흑흑(天下五黑黑)’세상에는 다섯 가지의 어둡고 어두운 나쁜 것이 있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어찌 이 세상에 나쁘고 어두운 것이 다섯 가지뿐이겠는가. 그것도 앞이 보이지 않는 장애인에게는 보이는 데 두 눈을 다 뜬 정상인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사물을 살펴 앞을 내다보는 마음의 눈(眼)을 가진 중국 춘추시대의 악사 사광(師曠)이 통치를 하는 임금이 보지 못하는 다섯 가지를 지적한데서 유래된 이야기다.

중국의 악성이라 칭함을 받은 사광은 눈이 보이지 않았다. 원래 궁정악사인 사광은 가장 귀가 밝고, 시력이 좋은 사람이었다. 어려서부터 음악에 조예가 깊었으나 정밀하지 못한 것이 마음을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사광이 쑥 잎을 태운 연기를 눈에 씌어 눈을 멀게 했다.

그 이후로 음악에 전념하여 마침내 소리만 듣고도 기후의 변화를 느끼고, 미래의 길흉까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왕(평공)을 곁에서 수행하는 최고 관직인 ‘태사’가 되어 전장 터마다 함께 했다. 그는 새소리만 듣고도 전략을 세우는 등 왕의 신임을 얻을 정도였다.

사광이 평공과 함께 했을 때 나눈 대화에서 이 같은 성어가 나온다. 앞을 못 보는 사광에게 평공이 “답답하고 고통이 심하겠다.”고 하자 사광이 “세상의 어둡고 어두운 다섯 가지를 보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사광은 왕이 보지 못하는 것을 ‘오묵묵’(五墨墨)으로 표현했는데, 관리가 뇌물을 받고 백성을 수탈해도 모르고, 사람을 바로 기용할 줄도 모르고, 현인을 쫓아내고 간신이 부정축재를 해도 모르고, 또 전쟁을 자주 일으켜 백성을 힘들게 하고, 그러면서 그들의 삶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 했다.

앞이 안 보이는 사광에게는 백성이 귀하고, 그들을 보살펴야 나라가 잘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두 눈을 다 뜨고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왕은 자만하여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거나 위정자들은 어떻게 아래 사람들을 잘 관리하고 듣고 보아야 할지 마음의 눈은 물론 귀까지도 활짝 열어 두어야 할 것이다.

기러기는 철이 바뀌면 생존을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한다고 한다. 이때 리더 격인 기러기를 꼭짓점으로 ㅅ자 대형을 이루고 날아간다.

가장 앞에 나는 리더 기러기는 날갯짓으로 양력을 만들어 줌으로써 뒤따라오는 동료들이 혼자 날 때보다 71%는 쉽게 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뒤따라가는 동료들은 먼 길을 날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소리를 내 거센 바람 속을 나느라 힘들어하는 리더 기러기를 응원한다.

톰 워샴의 ‘기러기 이야기’ 다. 이 책의 주제는 서로 도와가면서 힘든 여정을 이겨내고 공동으로 목표한 곳을 향해 가는 기러기들의 비행이다. 이 기러기의 비행에서 인간인 우리는 격려와 응원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배워야 한다.

이 사회도 생존을 위해서는 험난한 비바람을 뚫고 가야 할 힘든 여정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미물 같은 기러기들이지만 그들은 순종하는 마음으로 리더를 따라가며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을 하며 멀고 먼 길을 날아간다.

우리 인간도 기러기처럼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함께 한다면 아무리 멀고, 힘든 길이라 해도 목표한 곳에 다다를 수가 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자문하고 싶다. 70여 년을 살아오면서 그동안 각계각층의 여러 사람을 접했으며 여러 가지 일을 해왔다. 모든 것을 혼자 일해 온 것 같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아니다.

철 들 나이가 되어서일까. 주위에 나 외에도 누군가가 있었고, 질타와 함께 격려와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아울러 나는 한 조직원으로서 사회 발전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으며, 리더를 위해 얼마나 응원을 하고, 또 동료들을 위해 얼마나 날갯짓을 하며 격려를 했나를 자문하며 자책도 해보았다. 많은 생각도 해보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에 대해 응원과 격려에는 인색하기만 한 것 같다.

최근 지자체 선거와 관련, 많은 예비 후보들이 난무하며 선거전에 돌입했다. 지나친 경쟁의식 때문일까 후보들은 유세 때 자신의 일보다는 상대방에 대해 지나치게 트집을 잡거나 문제를 삼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물론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좋다. 잘못을 지적하고 문제를 삼는 것은 유권자가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잘 알겠지만, 기왕이면 그 시간을 자신이 지역 발전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책임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 같다.

그런 후보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힘을 실어줘야 한다. 특히 유권자가 유의할 점은 정당보다 인물 위주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물보다 정당 위주로 뽑을 경우, 결과적으로는 유권자에게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개(犬)판 정치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집권당의 다선(多選)의원들 대부분이 오만불손하기 짝이 없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확신 때문인지 힘없는 유권자를 아예 무시하는 후보도 더러는 있다.

일하다 접시를 깨는 사람이,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는 사람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처럼 실패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사람을 의원으로 뽑아야 한다. 말만 번지레 하는 사람에게는 속지 말아야 한다.

지자체 의원들은 리더다. 리더는 기꺼이 힘든 일에 도전하고, 동료(유권자)를 위해 헌신할 수 있어야 하고, 편한 길로 인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

뇌물을 받고, 백성을 수탈하고, 사람을 바로 기용할 줄도 모르고, 현인을 쫓아내고 간신이 부정축재를 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백성을 힘들게 하고, 그러면서 그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는 리더 라면, 리더의 자격이 없다.

‘천하오흑흑(天下五黑黑)’다섯 가지의 나쁜 것을 버려야 곱은 리더가 될 수 있다.

앞에서 이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기러기 같은 상생(相生)의 리더가 인간인 우리에게는 왜 없는 것일까. 어쩜 지나친 인간의 과욕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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