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수석의 입을 빌려 오는 26일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가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국회를 더욱 강하게 압박하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조 수석을 통해 가장 먼저 발표되는 헌법전문과 기본권 분야의 핵심 개정사항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동시에 법적 제도적 공인이 이뤄진 4•19혁명과 함께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 등 3가지 민주화 운동의 이념을 헌법전문에 명시한 것이 특징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통령 개헌안의 전문과 기본권에 대한 사항을 발표했다.

정부형태와 관련, 청와대는 야당들이 주장하는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보다는 대통령 중심제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가 여전히 높다고 보고 있으며, 대통령의 개헌 제안과 개헌안의 내용이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자신감으로 오만함을 드러내고 있다.

중립으로 있어야 할 공무원들과 관청에서 개헌안 지지 서명을 받은 것도 위법이다. 또한 청와대와 국회가 각각 만든 국민헌법자문특위와 헌법개정특위 위원들이 모두 진보성향의 인사들로 구성된 자체부터 잘못되었고 며칠 사이에 졸속으로 만들어진 법안이기에 전문성이 결여되고, 신뢰성이 없다.

문 대통령의 관제 개헌 로드맵은 국회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절대 권력자로인 대통령이 자신이 정한 날까지 개헌안을 통과시키라고 강요하는 것은 입법부에 대한 월권이다.

개헌은 국가체제를 바꾸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결코 지방선거 패키지 상품 정도로 다뤄서도 안 되고 특히 졸속으로 처리 할 사안이 아니다. 더구나 권력구조 개편을 제외하고 개헌할 수도 있다는 말은 듣기에 참으로 무섭고 억압적으로 들린다.

청와대가 주관하는 개정안 대부분이 중국의 사회주의식으로 바뀌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뤄 논 자유민주주의가 무참히 깨질 판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여당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로 미래가 불투명하고 두렵기까지 한다. 아무래도 문 정권이 화(禍)를 자처하는 것 같아 불쌍하고, 애석하다.

과거 유신헌법이 생각난다. 그때와 흡사하다. 문 정권이 집권한 지 10개월로 접어들었지만 잘한 정책을 꼽을 만한 것이 별로 없다.

고작 한 일이라곤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 결정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게 대한민국의 원전 시공력과 유지관리 기술이란 건 세계가 다 아는데도 말이다.

국익 차원의 문제다. 또 집권과 동시, 민생경제는 외면한 채 적폐청산이라는 미명아래 정치와 정책 인사보복으로 9개월의 세월을 흘려보냈다. 날 새는 줄도 모르는 것처럼 전 정권인사들을 구슬을 꿰듯 줄줄이 엮어 잡아들이고 있다.

언제인가는 정의가 살아있는 한, 역사는 ‘사초논란’으로 오늘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다. 말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보복 정치로 단정 짓고 있다.

설탕도 도(度)가 지나치면 단맛을 잃게 된다. 더 이상 정치보복을 해서는 안 된다. 역사에서도 보듯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낳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중심제를 완화시키려고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제왕적 권력에 한껏 취해있는 것 같다. 과거의 역사를 보라 제왕적 권력에 취했을 때 최후의 결과가 어떠했는가를,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국가권력의 힘보다 국민주권 시대를 열어 간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과는 달리 고난과 투쟁의 가시밭길을 걷지 않고 촛불 세력의 덕으로 청와대에 당당하게 입성했다.

결과적으로는 실정을 거듭하며 ‘최순실의 국정논단’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신 박근혜가 최대 일등공신이 되었다. 그렇다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박근혜의 반복일 것이다.

문 정권이 정권을 잡는 데는 세월호 참사도 한몫을 했다. 그렇다면 재난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미리 노력을 했어야 마땅했다.

그럼에도 인천 낚시 배 전복사고, 제천과 밀양의 대형 화재 참변처럼 똑같은 인재(人災)가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뉴스를 보노라면 참담한 기분이 든다.

집권 초 문 대통령은 ‘내로남불’의 대명사가 된 자격미달자들을 국회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주요 요직에 앉혔다. 그것도 모자라 각 부처에 특정지역 출신들을 안배하고, 영입하며 자신의 방호벽을 만들었다.

관건으로 밀어붙이는 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태청산이라는 문재인 정권이 탄생 이유를 쉽게 잊었기 때문이다.

하기사 그런 문 대통령은 스스로 약속한 인사5대 원칙(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등)도 지키지 않았다.

또 고등학교 때 중학생을 성폭행한 글을 올린 탁 비서관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나신’그림을 전시했던 ‘표’가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도 ‘미투’ 운동에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문 대통령이다.

이러니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비난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게 아닌가. 국민을 우습게 보면 절대 안 된다. 국민이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흔히 말하는 ‘짝퉁 박정희’는 본의 아니게 강제 퇴출당했지만, 아직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가치는 지금도 하늘을 찌를 듯 높다.

과거 필자가 알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장관에게 실권을 주고 현장에서 정책의 결과를 직접 점검했다. 늘 쓴소리를 귀담아듣고, 아부하는 친한 친구에게 역정을 내며 술잔을 집어 던진 깨어 있는 지도자이자 영웅이다.

‘탈원전’과 ‘최저 시급 1만원’ 정책에서 드러났듯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힘센 청와대 참모중심으로 끌고 가는 문 대통령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달랐다.

문 정권이 그나마 잘한 것이 있다면 복지정책의 기본 철학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이 온전하게 존재하려면 박근혜의 몰락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 그러면 자유민주주의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좋은 것을 닮은 문재인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관모(冠帽)가 무거우면 목이 꺾일 수도 있다.”한 때 권세를 누려봤던 한 정치인의 독백 같은 외침이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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