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중 교수, 정부 지원 미흡…"신약 급여적용 필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추세에 따라 국내에서도 전이성 전립선암에 대해 새로운 약제의 1차 치료제 전환 움직임이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를 중심으로 자이티가(성분명 아비라테론), 엑스탄디(성분명 엔잘루타마이드) 등 신약을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동일하게 1차 치료로 권고하는 '전립선암 진료지침'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주관중 강북삼성병원 비뇨기과 교수.

주관중 강북삼성병원 비뇨기과 교수(대한비뇨기종양학회 보험이사)는 "이번 개정안에서 검토되고 있는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전이성 전립선암"이라며 "그 중에서도 남성 호르몬을 거세 수준까지 차단했음에도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의 1차 치료 권고 사항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전립선암 환자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환자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전체 전립선암 환자 중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단계로 발전하는 비율은 약 3.3%다.

2017년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집계한 전립선암을 진단받고 치료받은 전체 환자 수는 약 7만 5000명이다. 3.3% 비율을 적용한다면 국내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 수는 약 25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주 교수는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단계로 발전하면, 종양의 진행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제한되기 때문에 사망까지 이르는 기간이 약 2~3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무증상' 또는 '경미한 증상'의 전이성 전립선암에 대해서는 수식어 때문에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이 자체만으로 병기가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병기가 더욱 악화되기 전에 효과적인 약제를 사용해 조기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종양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환자들의 생존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학회 측 입장이다.

주 교수는 "앞으로 발표될 개정안에서는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와 엔잘루타마이드를 고려사항이 아닌 1차 치료 권고사항으로 포함시킬 것"이라며 "아직까지 국내에서 두 약제 모두 항암화학요법치료 이전에는 비급여 상태지만 이미 미국 및 유럽 비뇨기과학회에서도 1차 치료로 권고하고 있는 만큼 최신 치료 지견을 국내 진료지침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 미흡, '경미한 질환' 오해서 비롯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경험하지 않은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안드로겐 수용체 시그널 억제 기전의 호르몬 제제를 투여했을 때 전체 생존기간이 35개월로 위약군의 31개월보다 약 4개월 정도 연장시킨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또 이 약제 투여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이 20개월로, 위약군 5개월 대비 뛰어난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

그러나 다른 암종에 비해 전립선암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유독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주 교수는 "일반적으로 암 질환에 대해서는 모두 그 심각성을 인정하지만 유독 전립선암에 대해서는 다른 암종보다 경미한 질환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 관계자들의 인식도 그러하다"고 말했다.

초기 전립선암의 경우 수술적 치료, 방사선 치료 등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고 치료경과도 좋지만, 이미 얘기했듯이 전이성 전립선암은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단계로 진행하게 되면 치료는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신약의 급여 적용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출시된 전립선치료제 중 아스텔라스제약의 ‘엑스탄디(엔잘루타마이드)’는 도세탁셀 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에 대해 지난 2014년 11월부터 위험분담제(RSA)로 급여 적용됐으나,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얀센의 ‘자이티가(아비라테론)’는 현재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3~4년 전부터 급여체계로 들어와 환자의 선택권이 넓은 반면, 우리나라는 1차, 2차, 3차 치료별 급여조건이 다르고 3차 치료부터는 개인부담으로 전환돼 치료가 어려운 실정이다.

주관중 교수는 "물론 건강보험 재정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러나 근거가 충분한 약제들에 대해서는 우선 급여를 해주고, 도세탁셀이 비용대비 효과가 낮다면 도세탁셀을 선별급여로 하는 등 급여체계 변경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대한비뇨기과학회와 대한비뇨기종양학회에서도 공동으로 급여 기준 개선안을 제안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도 국내 전립선암 환자의 삶의 질 개선과 생존 연장을 위한 최선의 방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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