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되는 등 역동의 한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5월10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당시 문재인 당선자의 보건의료 공약의 핵심 키는 '보편적 보장성 강화'와 '공공성 회복'에 맞춰져 있었다. 이와함께 의료전달체계의 재정립과 의료 양극화 해소, 보건의료산업 성장 동력 확보와 좋은 일자리 창출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으며 당선 직후 주요 정책 추진에 세부계획을 밝히며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복지부 장관 등 관련 기관장 교체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주요 정부의 장이 교체됐다. 보건의료 영역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과 산하 기관의 장들이 교체됐다. 문재인 정부 첫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박능후(61)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임명됐고, 식약처장으로 류영진 부산시약사회장(59)이 선임됐다.류영진 부산약사회 회장 출신으로 기관 경험이 없고, 약사직능을 대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받으며 청문회장에 올랐으며 미숙한 답변 태도로 자질 논란에 휩싸였으나 이후 국정감사에서 약사의 전문성을 살린 답변을 이어가며 자질 논란 이슈를 잠재웠다. 건강보험공단의 수장이었던 성상철 이사장은 지난 11월 3년간의 임기를 마치며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그는 임기 마무리 직전 열렸던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소신 발언을 이어가 기관장의 역할을 새삼 부각시키기도 했다.
문재인 케어 발표
문재인 대통령은 보장성강화를 초대 목표로 한 정책을 발표했는데 그 주제는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에 맞춰졌다. 이에 따라 ‘보장성 강화 대책'의 일환으로 의료비의 전면 급여화를 선언했는데, 정책 추진에 따른 예산 확보(30조 6000억원)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지속됐다.
문재인 케어는 국가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올리기 위해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선택진료비, 상급 병실료 등의 비급여 항목을 없애고 MRI, 초음파 검사, 로봇수술, 2인 병실 등을 급여화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정책의 추진으로 3800개 비급여 진료 항목이 단계적으로 2022년까지 급여화된다.
정책 발표 직후 의료계는 구체적인 건강보험 재정 확보 방안이 없어 선심성 정책에 불과하며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건보료 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30조 이상의 예산을 확보하기 어렸다는 이유로 반발했다.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의 정책 추진으로 병원 수입의 악화, 의료질의 하락 등이 우려된다며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보건의료계 단체장의 자질 논란과 파장
2017년은 유난히 보건의료계 단체장들의 자질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한 해였다. 먼저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은 1기 집행부 당시 약사회관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1억원을 수수하는 혐의가 포착돼 사퇴압박을 받았다. 본인은 약사회 발전을 위해 한 조치라고 해명했으나 회원들의 반발로 결국 재신임 표결까지 받아야 했다. 그는 투표 끝에 회장직을 유지했지만 이후 독단적 태도를 보이며 지속적인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관련 법안발의 대가 금품로비 정황으로 회원들의 불신임을 받아 탄핵됐다. 한의협은 새로운 회장과 집행부 구성을 위한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추무진 의사협회 회장은 임기 초부터 차등수가제 폐지 불발 등의 이슈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집행부 일부가 사퇴하는 선에서 회장직을 이어가던 추무진 회장은 문재인 케어 이슈로 또다시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이슈
일반약 수퍼판매 확대 이슈는 올해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복지부는 안전상비약 확대 방침을 정하고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지속했으나 마지막 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5차 회의에서 약사회 임원이 자해소동을 일으켜 회의는 일시 중단됐다. 복지부는 제산제 겔포스와 지사제 스멕타를 안전상비약 품목으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약사회가 반발하고 있어 연내 개최될 마지막 6차에서 어떤 결론이 지어질 지 주목되고 있다.
약사회는 6차 회의 전인 17일 청와대 앞에서 권기대회를 개최해 약사들의 뜻을 전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복지부는 약사회의 반발과 회의 참석 거부를 이유로 6차 회의를 내년 1월 다시 연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심야약국 운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입장도 밝혔다. 약사회가 어떻게 이 현안을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지난해 의약품 시장 20조원 돌파
지난해 국내 의약품 시장규모가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바이오의약품의 생산실적도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2016년 의약품 시장규모는 2015년 19조 2364억원 대비 12.9% 증가한 21조 7256억원을 기록했다. 의약품 생산실적은 지난해 18조 8061억원으로 2015년 16조 9696억원 대비 10.8% 늘어났으며, 수출은 31억 2040만달러(3조 6209억원)로 전년 29억 4726만달러(3조 3348억원) 대비 5.9% 증가했다.
국산신약 26개 제품 중 5개가 연간 생산실적 100억원 이상을 돌파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해 의약품 생산실적은 국내총생산(GDP) 중 1.15%를 차지한 가운데 제조업 분야에서 차지하는 GDP 비중은 4.31%로 전년 대비 0.3%p 증가했다.
타그리소, 항암제, 그리고 고가 신약의 급여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표적치료제 타그리소의 급여 진입을 둘러싼 논쟁이 업계 최대 이슈로 부각된 한 해였다. 타그리소는 고가의 항암제 신약에 대한 약가적정성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정부에 숙제를 남겼고, 환자단체는 고가의 항암제에 대한 제약사의 공급 태도를 비난하며 적극적 개입 의지를 피력했다.
아스타라제네카는 국내 폐암환자의 뇌전이 양상이 높은 부분에 역점을 두고 전략적으로 한국인을 임상에 대거 포함시키는 등 전략적인 접근을 시도했으나 대체약인 올리타의 전략적 낮은 약가 산정과 비용대비 효과성에 무게를 둔 보건당국의 강경한 태도에 원하던 약가는 책정 받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는 지난 5일 급여적용을 받으며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안일한 대관 태도와 홍보 미숙, 한국 신약 평가 기준을 수용하지 않는 듯한 태도로 향후 진입할 신약의 ‘재정독성’ 이슈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면역항암제 도입 이후 재기됐던 고가의 항암제 재정독성 이슈는 타그리소로 부각되면서 내년 정부의 고가 항암제 급여 진입 기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명의료와 호스피스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모든 국민은 연명치료에 관한 의사를 사전에 밝힐 수 있다. 다만 의료계는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제도 앞서 의료 현장에 필요한 지원이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관련 법 시행에 따른 문서 작업에 드는 시간과 인력 투여의 필요성을 정부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인데 정부는 향후 의견을 제시하면 검토해 법 시행 전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단 의료계에서는 관련 법 시행에 따라 의료 현장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복지부도 계획된 제도 시행에 맞게 ‘연명의료 결정법’에 대한 의료인 대상 교육을 내년 1월까지 전국 순회 교육으로 진행한다. 의료현장의 예산 지원의 구체적 계획은 올 연말 보건복지부가 발표할 예정인데, 지원 규모와 세부 계획이 얼마나 잘 짜여 있느냐에 따라 연명의료결정법 제도의 안정적 안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제약사 오너십 경영 위험 …시장 재편 가능성
올해 제약업계는 오너 첫 구속, 갑질 논란, 회사 매각 등의 이슈가 부각되면서 오너 경영의 위험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CJ그룹은 지난 11월 그룹 차원에서 CJ헬스케어를 매각하기로 결정해 충격을 줬다. 이로써 CJ헬스케어는 지난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하며 뛰어들었던 제약산업에서 34년만에 철수하게 됐다.
대기업이 제약산업에서 철수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3년 태평양제약을 매각했으며, 한화는 2014년 드림파마를 매각한 바 있다. 반면 LG, 삼성, SK는 제약산업을 핵심성장 사업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CJ그룹은 CJ헬스케어 매각을 위해 모건 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해 내년 상반기에 매각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어서 추후 제약시장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기업 글로벌 윤리경영 시스템 ISO 인증 열기
제약계에서 CP(자율준수 프로그램) 강화 추세가 확산되고 있지만 리베이트 사건이 끊이지 않자 제약바이오협회가 특단의 대책으로 글로벌 윤리경영 시스템 도입을 선언했다.
'ISO 37001(국제표준기구 뇌물방지경영시스템)'은 CP와 유사하지만 국내 인증이 아닌,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지난해 10월 제정한 국제 인증 시스템이다.
한미약품이 최근 처음으로 ISO 인증을 획득했으며 동아ST, 동구바이오제약, 코오롱제약 등도 차례로 도입을 선언했다. 올해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총 51개사가 5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인증절차를 밟게 되면서 ISO 도입 추세는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인증심사 비용 등이 발생함에 있어 기업규모에 따라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산 바이오시밀러 약진
올 한해 제약산업은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약진으로 대변된다고 할 만큼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선두에서 이끌었다.
셀트리온은 유럽시장에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가 점유율 46% 이상을 차지한데 이어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도 진출 3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30%를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램시마는 미국시장에서도 순조롭게 처방률을 높여가고 있으며,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 역시 글로벌 판매를 앞두고 있어 이 같은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처음으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인 온트루잔트의 유럽판매 허가를 받았다. 이로써 유럽에서 허가받은 바이오시밀러는 4개로 늘어났다. 또 자가면역질환치료제인 렌플렉시스는 지난 7월 미국시장에 진출하며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섰다.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는 국내 시판허가를 획득했고 유럽 허가 승인을 신청 중이다.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선전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의약품 누적 수출액은 전년보다 12.3% 증가해 3조원을 돌파했으며, 이중 바이오시밀러 수출액은 30%에 해당하는 약 9000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