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 미흡 자율규제 아직 일러" vs "국생위 기능 축소 IRB 역할강화"


생명윤리법 개정을 통해 바이오 R&D 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관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역량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주목된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이하 국생위)의 기능을 축소하고 기관IRB에 더 큰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과 중앙집권적 규제에서 자율규제로 전환하기는 IRB의 역량이 미흡해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신용현 국민의당 국회의원이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제9회 과총 바이오경제 포럼'에서는 바이오 R&D 혁신을 위한 생명윤리법 개정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날 서경춘 과기정통부 과장은 발제를 통해 ▲원칙적 금지(포지티브) 규제 → 예외적 금지(네거티브) 규제 ▲포괄적 금지 → 기초연구 원칙적 허용 ▲중앙집권식 통제 → 연구현장의 자율과 책임 등 크게 세 가지의 생명윤리법 개정방향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이 중 규제를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전환하고, 기초연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도록 하는 등 큰 틀에 대해서는 동의했으나 연구현장의 자율과 책임 부분에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IRB 기능 우려 제기…역량강화 더 확대돼야

백수진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부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유전자 치료나 배아 관련된 연구를 자율적 규제에 맡기는 것은 아직 이르다"며 "IRB가 보편화됐지만 위원회 역량이 강화되기보다는 단순한 절차로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백 부장은 "체세포나 배아·유전자 연구는 많지 않기 때문에 IRB가 연구계획서를 심의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라며 "IRB 기능을 평가했을 때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오히려 '전문위원회' 구성을 통해 보완하는 방법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이화여대 법대 교수도 "자율규제를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IRB의 역량"이라며 "이미 2012년 생명윤리법 개정을 통해 IRB 역량강화가 시행됐으나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더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전문가 평가시스템'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일반적인 심의가 아니라 이슈화된 문제에 대해 전문가 평가시스템을 국가관리시스템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또 관리감독을 위한 보고체계, 장기적인 추적관리체계를 같이 마련해야 완전한자율규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적 심의, 국생위 → 기관IRB에 맡겨야

반면, 한편에서는 현재 국생위 심의 및 중앙행정기관의 승인을 요구하는 중앙집권적 규제에서 벗어나 자율규제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전문적 심의는 IRB에 맡기고 국가생명윤리위원회는 역할 조정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률 차의과대학 교수는 국생위에서 발표한 경험을 언급하며 "사회 원로, 종교계 원로 등으로 구성된 국생위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않아 제가 설명했을 때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국생위는 전문적 심의보다는 각 IRB에서 올라오는 절차가 적법한지 점검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명화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 위원도 "IRB의 역량을 강화해 중앙집권적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동시에 국생윤은 심의 기능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자문 기능으로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주철 서울대 치의대학 교수는 "기관IRB의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현재 세계줄기세포학회나 NIH(미국 국립보건원)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있다"며 "그걸 적용하면 각 기관IRB에서 표준화된 잣대로 심의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제경 서울대 수의대학 교수 역시 "국가적으로 생명윤리에 관심을 갖는 시스템이 흔치 않아 국생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시대변화에 따른 IRB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 심의는 IRB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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