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말(言語)의 전파 속도가 광(光)속에 비유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이 이 말을 적극적으로 담아 옮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말’‘말’‘말’이라는 말들이 신문과 방송매체에서 주목을 받으며 화제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말 자체가 아니라 그 내용이다. ‘말’의 타락 정도가 위험수위를 훨씬 넘었다는 사실이다.

욕 없이 대화를 못하고, 의사 진행을 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참담한 모습, 막말과 악플, ‘아니면 말고’ 식의 유언비어와 험담의 헛소문이 여과 없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간다.

예로부터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기들 판단으로 말을 함부로 한다.

누구에게나 세상을 살려면 그저 짊어지고 극복하며 살아가야 할 환경과 과제가 있을 수 있다. ‘거짓’과 ‘속임수’도 그런 과제라 생각된다.

인간이면 누구나 겪어내야 하는 환경, 보호색 곤충과 같은 ‘생존본능 형’‘속임수’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을 활용하는 건 원숭이부터 인간까지 영장류에 나타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두뇌가 발달할수록 교묘하게 거짓을 구성하는 능력도 발달하는, 진화의 결과라는 것이 학자들의 논리다.

‘괴담’ 도 인간이기에 만들어 낼 수 있다. 원래 괴담은 눈에 보이는 현실을 뛰어넘어 초월적인 것을 상상하는 인간의 능력이 만들어낸 허구성 이야기로 전설, 판타지, 소설 등이 있다.

그러나 요즘 우리가 대하는 괴담은 그런 얘기가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목적을 위해 활용하는 허구의 상상력을 동원,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런 괴담은 결과적으로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 시키고, 불신을 마구 퍼뜨리고 가지를 치며 퍼져 나간다.

세월호 괴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유라 박근혜 딸, 큰 사건이 일어나면 반드시 유언비어, 괴담이 나돌기 마련이다.

특정 사건 혹은 팩트에다 비합리적인 추측, 추론, 의혹을 보태 팩트와 거짓을 교묘하게 섞어 현혹시키는 담론의 확산, 이런 현상은 과거 고전적 의미의 괴담과는 사뭇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굳이 말하자면 ‘가짜 뉴스(Fake News)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가짜 뉴스들은 실체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오래 전 한. 미 FTA가 체결되면 미국산 농산물로 인해 우리 농가가 황폐될 거라고 난리를 피웠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바 있고, 세월호 역시 정치적으로 각종 괴담이 난무했지만, 그 역시 시들해지고 있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음모론과 괴담으로 구성된 가짜 뉴스들은 팩트가 확인된 후에도 또 다른 음모론을 찾아내 꿰맞추며 좀비처럼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한 예로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의 근거가 미약해지니 이제는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며 전 정권을 적폐청산이라는 이름 아래 뿌리를 뽑으려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괴담과 가짜 뉴스는 인간 사회의 업보(業報)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가짜 뉴스는 인간이 존재하고 있는 이 사회에 언제나 있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정치 세력들은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보탠 유언비어로 대중을 선동하는 데는 이골이 나 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미디어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많은 사람들은 뉴스에 식상을 느끼며 채널을 돌리거나 아예, 꺼버리고 있다.

근래 들어서는 위험 한 것이 사람들이 자기 안목과 상상의 범주 안에 있는 얘기만 믿으려는 심리적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를 미워하는 부류와 문재인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그렇다.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고, 또 노력도 안 한다.

갈등적이고, 파괴적인 괴담에만 쏠린다면 그만큼 심성과 안목이 척박해질 수밖에 없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이다.

현 집권당이 이를 정치적으로 교묘히 활용을 하다 보니, 가짜뉴스의 양태가 너무 복잡해지고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늘었다.
 
이처럼 손쉬운 인터넷 모바일 시대에서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이익 추구와 사적 감정만으로도 가짜 뉴스를 얼마든지 생산해 무제한으로 유포할 수 있다. 아무리 가짜 뉴스를 단속한다 해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계속해서 늘어나 사회를 혼란에 빠트릴 것이다. 안타깝지만 괴담과 가짜 뉴스는 어차피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고, 환경이 되어버렸다.

결국은 진위를 가리는 눈을 뜨고, 올바로 듣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괴담과 거짓 뉴스에 속지 않을 것이다.

모두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모든 괴담과 가짜뉴스는 ‘말’이 씨가 되고 있다.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보다 ‘혀’를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정치인들의 경우, 공식석상에서조차 ‘부적절한 표현’ 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럴때 마다 그들은 표현의 자유를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상대방 인격을 훼손치 않는 범위 내에서 인정되는 것이다. 지도자는 자신의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격려되는 말인지, 상처를 주는 말인지를 생각하고 말을 해야 한다.

작은 불씨 하나가 숲을 태울 수 있듯 혀를 잘못 놀리면 자신의 파멸은 물론 남까지 파멸시킬 수도 있다. 아무리 ‘돌직구’ 가 만연하는 시대라도 ‘날 것의 언어’ 보다는 ‘숙성의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성숙된 모습이 필요한 때다.

그래야 나 자신도 보호하면서 상대방도 상처를 주지 않고 살릴 수 있다.

지엽적이지만 세월호 뿐만 아니라, 이번 낚시 배 침몰 사건까지도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한 문 대통령. 그렇다면 정부가 세월호처럼 모두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는 보험도 들 필요가 없다.

무엇인가 박근혜 전직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게 사실이라면 또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이탈행위로 볼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믿고 싶지는 않다.

아무리 혀가 달렸다 해도 우리는 ‘해야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이번에도 고성, 삿대질, 국회의 전경을 지켜보면서 허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2017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생각해보자. 사람의 불행이 ‘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탈무드에서 나오듯 ‘물고기가 항상 입으로 낚이듯 사람도 입으로 낚인다.’ 는 표현에 지혜가 담겨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새해 결심을 ‘혀를 지키는 해’ 로 정하고 말조심, 입조심을 했으면 한다.

새해부터는 국민들에게 덕을 세우며 ‘혀의 열매’를 맺는 정치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필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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