藥-시민단체 "약가인하·규제 강화해야" vs 醫-제약계 "자정노력 인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개선방안에 대해 의·약계와 시민단체 등은 입장에 따라 의견 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약계와 시민단체는 약가인하 및 행정처분 강화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의계와 제약계는 과도한 규제보다 인센티브 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1일 오후 LW컨벤션 그랜드볼룸에서 '의료분야 리베이트 관행 개선'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권익위는 ▲자율통제 시스템 강화 ▲의약품 영업대행사(CSO)의 부당행위에 대한 처벌근거 명확화 ▲사후 매출할인 의약품 판매조건 지원 내역에 대한 관리체계 마련 ▲특정 의료기기 사용유도 및 권유행위 금지에 대한 공지 ▲구매조건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내역에 대한 관리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지원금 사용내역 공개 의무화 등을 개선방안으로 내놨다.

강봉윤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

이날 토론자로 나선 강봉윤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은 "리베이트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공급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공급자와 보험등재 의약품 수, 유통업체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제네릭 의약품 가격이 선진국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리베이트가 끊이질 않는 것"이라며 "제네릭 약가를 선진국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회는 리베이트 근절 대안으로 성분명 처방을 제시했다.

강 위원장은 "상품명 처방이 고착화된 현실에서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성분명 처방으로 제도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리베이트 제공 원인을 차단하면서 환자의 의약품 선택권을 높이고 경제적 부담을 감소시키며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역시 국내 제네릭 약가가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꼬집었다.

김진현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서울간호대학 교수)은 "리베이트의 원천이 되는 제네릭 약가가 너무 높다. 심바스타틴 제네릭이 스웨덴에서는 80원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850원으로 열 배가 넘는다"며 "정부가 모르지 않을텐데도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독일의 경우 처방의약품이 2000개가 넘지 않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보험등재된 약이 2만개가 넘기 때문에 목록정비를 통해 비용효과성에서 경쟁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불법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해야 한다"며 "면허 취소, 징벌적 과징금 부과, 공익신고포상금제도 강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국제경쟁력 저하"

반면 의료계와 제약계 등은 리베이트 근절 자정노력을 인정해 달라는 분위기다.

조현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조현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처방에 따른 리베이트 금액이 예전 10이었다면 지금은 1이하로 떨어졌고 수수하는 사람도 10명에서 2~3명 정도로 감소했다"며 "제약산업을 과도하게 규제하면 오히려 경쟁력을 저해한다. 시대적 흐름에 맞게 리베이트를 근절하려면 감시처벌보다는 양성화할 수 있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인구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의료비를 고려하면 제네릭 의약품 사용은 더 활성화돼야 한다"며 "CSO에 대한 문제점도 동의하지만 무조건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합법적인 인센티브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의료계는 자율통제 시스템 강화나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인정기준 강화 등에 대해서는 의료계 정서상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조 의무이사는 "리베이트 수수 의사에 대한 직접 징계나 공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기준도 지난달 공정거래경쟁규약이 바뀌면서 반영됐는데 또 다시 급격히 바꾼다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강한철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도 의료계 의견에 공감하고 채찍보다 당근 정책을 제안했다.

그는 "최근 58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와 상위 제약사 CEO 구속 등을 보면 리베이트에 대한 규제가 약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더 이상 규제를 강화하기 보다는 예방적 측면에서 법을 지키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리베이트 근절 대안으로 미국 선샤인 제도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는 제약사 작성, 복지부 보고로 끝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일반 대중에게 정보를 공개해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처벌과 규제보다 의약품 투명성 강화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하지 않은 제약업계 입장은 플로어에서 나왔다.

자율토론에서 발언권을 얻은 코오롱제약 자율준수과 관계자는 "제약산업에 몸 담은지 10년이 됐다. 당시에는 리베이트가 팽배해 있었지만 2010년 쌍벌제 이후 제약산업은 많이 바뀌었고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며 "그런데 과거 시점에서 현재의 문제점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는 "리베이트는 당연히 없어져야 하고 제약사도, 협회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다만 아직 완성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업계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노력들에 대해 당국이 충분히 인정해주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해 나가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박재우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사무관은 "지금까지 처벌과 감시 강화였다면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제도를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한 점이 의미있다. 그런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맞다"면서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이 손해보는 구조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인센티브 지원에 대해서는 국민정서상 받아들일 수 있을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문석구 권익위 사회제도개선과 과장은 "이번 개선방안은 확정된 것이 아니고 검토안"이라며 "이번 토론회 의견을 면밀히 검토하고 복지부, 식약처 등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12월 중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