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본, 전수감시 등 관리강화…의료계 "새 항생제 도입부터"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항생제 내성균 감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CPE(카바페넴 분해 효소 생성 장내 세균속 감염증) 역시 확산일로에 있지만 국내 많은 의료기관의 인식은 아직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현재 환자에 쓸 수 있는 항생제가 제한된 상황에서 새로운 항생제 도입이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CPE는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의 한 종류로, CRE는 장내 세균감염 시 쓸 수 있는 ‘최후의 항생제’로 불리는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다.

정부는 지난 6월부터 CRE를 제3군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기존 표본감시 체계에서 전수감시 체계로 전환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전수감시 전환 전인 2015년부터 2016년까지 표본감시체계를 통해 신고됐던 CPE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1년 처음 CPE에 대한 표본감시를 시행하고 난 이후 첫해 16명의 CPE 환자가 확인됐던 반면, 2015년에는 565건, 2016년에는 1455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표본감시 시작 후 5년간 약 90배 증가한 것이며, 2015년에 비해서도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표본감시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이 100여 개임(2015년 100개 기관, 2016년 115개 기관)을 고려할 때 요양기관을 포함한 전국의 의료기관에는 훨씬 많은 환자가 잠재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 표본감시를 통해 712건이 신고됐다.

2011~2016년 CPE 사례 현황.
CPE의 카바페넴 분해 효소에는 NDM, OXA, KPC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KPC가 가장 많은 것으로(70.7%) 확인됐다. KPC는 class A에 속하는 카바페넴 분해 효소로 플라스미드에 의해 서로 다른 장내 그람음성 장내 세균속에(장내 반복)전파가 가능하며, 카바페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베타락탐 계열의 항생제에 대한 분해 효소로 작용이 가능하다.

CPE가 확인된 CRE 분리균 중 가장 많은 것은 Klebsiella pneumonia이며, E. coli와 Enterobacter spp.가 그 다음으로 많다.

미국 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K.pneumoniae에 의한 CPE가 가장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12년 총 9300 사례의 CPE 중에서 7900 사례가 K.pneumoniae에 의한 CPE인 것으로 나타나 국외에서도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CRE 감염증 중 CPE 감염증은 치사율이 높고, 플라스미드를 통한 전이가 쉬워 의료기관 내 집단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세균에 항생제 내성 인자를 전파함으로 신종 감염병 발생 등 공중보건위기를 유발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5월 질병관리본부는 의료감염관리과를 신설해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CRE 감염증 관리를 위한 지침 개정 및 CPE 유행 인지와 역학조사 등 신속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질본 관계자는 "의료기관 역시 CPE 감염증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원내 감시체계 확립, 환자 발생 시 격리 등 관리 전략 마련, 특히 외부 의료기관 전원 환자에 대한 CPE 선별검사 실시 등 적극적인 예방관리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쓸 약 없어…새로운 항생제 도입·개발 우선"

그러나 의료계는 당장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약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국내에서 지난 10년간 허가받은 항생제는 6종에 불과하고, 시장에 출시된 항생제는 3종 뿐인 상황에서 정부가 새로운 항생제 개발과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약가 때문에 10년 째 국내에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항생제도 있다"며 "이제는 다제내성 환자에 쓸 항생제가 없어 옛날에 쓰다가 버려진 약들을 다시 쓰거나 2~3개 섞어서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2~3년 후에는 전국적으로 위기상황이 올 것"이라며 "항생제 내성균의 확산을 막으려면 정부가 급여체계를 개선해 효과적인 항생제를 도입하고 신규 항생제 개발에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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