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혈압관리 합병증 예방↑ VS 환자 양산 환경은 부담

지난 13일 발표된 미국 고혈압진료지침 개정에 대해 대한고혈압학회가 이를 수용해야 하는지 여부를 검토 중에 있다.

학회는 2013년 발표된 한국 고혈압진료지침 내용과 새롭게 발표된 미국 가이드라인이 맥을 같이 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새로운 고혈압진료지침은 내년 초 발간될 예정이다.

13일 발표된 ACC/AHA 가이드라인은 종전 한 개였던 혈압 단계를 두개로 구분했으며 1단계 고혈압을 수축기 혈압 130~139mmHg 또는 이완기 혈압 80~89mmHg로 규정했다. 2단계 수축기 혈압은 140mmHg이상 이완기 혈압 90mmHg로 규정했다. 2단계 고혈압 수치는 개정 전 기준 수치였다.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

이와 함께 10년 심혈관 사건 발생률이 10% 이상으로 예상되거나 이미 심혈관 질환을 앓았던 고위험군 인구에서는 130/80mmHg 이상이면 약제 치료를 적극 고려하고, 10년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률이 10% 이하인 일반 환자에서는 종래와 같은 140/90 mmHg 이상에서의 혈압 조절 시작으로 차별화된 접근을 권유하고 있다.

미국 고혈압진료 지침 개정 발표 이후 세계 각국은 개정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지 여부와 낮아진 혈압 수치로 인해 파생되는 고혈압 환자의 증가, 고령층 고혈압환자의 엄격한 혈압관리 유효성 문제를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인 상태다.

대한고혈압학회 역시 낮아진 혈압 기준을 두고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 심혈관 질환을 포함한 여러 합병증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외국의 기준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점과 낮아진 수치로 인해 고혈압 유병률이 높아져 사회적 비용 증가, 이에 따른 파장에 대한 부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은 15일 학회 사무실에서 열린 '미국 고혈압 진료지침 개정' 주제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고혈압학회 진료지침을 적용하게 될 경우 국내 고혈압 유병률은 기존 30%에서 50.5%로 증가하게 된다"며 "높아진 고혈압 유병률로 인해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개정된 진료지침을 적용할 경우 고혈압 유병률은 기존 31.9%에서 45.6%로 상승된다. 이는 약 3100만명의 인구가 새롭게 고혈압으로 분류되는 수치다.

국내에 미국진료지침을 적용할 경우 고혈압 환자 유병률은 30%에서 50.5%로 20%나 증가하며 인구 1650만명이 고혈압으로 분류되게 된다. 사실상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고혈압에 속하게 된다.

조명찬 이사장은 "미국의 가이드라인 개정 배경에는 140/90이 130/80에 비해 심혈관 위험도가 1.5배 높고, 뇌졸중, 심근경색을 비롯한 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더 높다는 여러 연구 결과들을 적용한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에 비해 고콜레스테롤혈증이나 비만이 훨씬 적기 때문에 130/80군에 대한 약물치료가 절반 이상 적지 않을까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개정으로 새로 편입되는 고혈압환자에서 약물로 치료하는 군은 10% 내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130/80을 넘는다고 해서 고혈압 환자로 분류되는 것도, 다 약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니다. 조기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또 "심혈관사망을 줄이는 부분에서 고혈압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미국도 고혈압 관리에 대한 역학조사 문헌 고찰 임상시험의 결과를 가지고 강화된 기준을 내놓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도 에비던스가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석민 총무이사는 "고혈압의 진단기준을 바꾸는 것은 고혈압을 가진 환자들을 엄청나게 늘린다는 의미"라면서 "그런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에 대한 파급력 역시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고혈압기준을 외국의 기준으로 따라가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미국 지침에 대해 저희 나름대로 유럽이나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고혈압학회들과 논의를 진행해 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혈압 진단과 고령층 고혈압 관리 문제 대두

미국 고혈압 진료지침의 주요 내용은 ▲고혈압 측정 방법에 대한 중요성 강조(가정혈압의 중요성) ▲새로운 고혈압 분류 개정 ▲심혈관 위험도에 따른 고혈압 치료 알고리즘 제시 ▲고혈압 치료시 목표 혈압 하향 제시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혈압 조절 강조 등이다.

강석민 총무이사는 "주목되는 부분은 심혈관 유형(ASCVD 리스크 스코어)을 활용해 거기에 맞게 고혈압 치료 알고리즘을 제시했다는 부분"이라면서 "이는 같은 고혈압 수치라도 환자의 심혈관 위험도에 따라 치료 기준을 개별화 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ASCVD 리스크는 10년간 심근경색증, 심혈관 질환 사망, 치명적/비치명적 뇌졸중 발생 가능성을 합한 것으로 환자의 종합적 위험도를 반영해 개별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진료실과 가정혈압의 차이 극복과 관련해서는 "진료실에서 의료진이 측정하는 진료실 혈압을 기준으로 치료 방침을 설정하지만, 활동 혈압/가정혈압을 가급적 모든 중요 결정시점에 적용하기를 권유하고 있다"면서 "목표 혈압의 설정은 2007년 이후 미국의 국립보건원에서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에서 필요 목표 혈압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했던 SPRINT, 뇌졸중 위험환자 대상의 SPS3, 당뇨병 환자 대상의 ACCORD 연구와 여러 연구의 메타분석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석민 대한고혈압학회 총무이사
강석민 총무이사는 "연구들을 바탕으로 당뇨병환자,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도 130/80 혈압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면서 "다만 노인환자의 경우도 철저한 혈압 조절(130/80)이 필요하다고 밝혀, 실제 노인환자의 고혈압 조절에서 좋은 효과가 있을지 역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베타차단제는 1차 선택 약제에서 배제 됐다.

또 고위험군 고혈압환자에서 140/90 이상일 경우 초기부터 두 가지 이상 고혈압 약제를 사용하기를 권유하고, 초기 혈압 목표에서 20/10mmHg 이상 높은 경우에도 권유된다.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 고혈압 환자의 경우 종전과 같이 한 가지 약제로 시작해 차츰 조절한다.

조명찬 이사장은 "고혈압 약제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약제사용에 대한 권고가 나온 것 같다"면서 "고혈압 약제 3~4제 써도 요즘 약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적극적으로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양과 동양의 인종간 약에 대한 반응이 달라 아시아 학회들과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고혈압학회는 한국판 가이드라인을 개정을 준비하기 위해 현재 진료지침위원회를 운영 중에 있다.

조명찬 이사장은 "이전 가이드라인에서 고혈압을 1기와 2기로 분류하고 혈압에 따라 위험도가 다르다는 것을 이미 예측해 제시한 바 있다"면서 "미국학회에서 제시한 부분이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거의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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