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요법으로 만성질환 수준…합병증 관리 중요도 높아져

혈우병은 유지치료의 도입과 치료제 발달로 만성질환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맞고 있다. 치사율 80%를 육박했던 백혈병이 글리벡이라는 약제를 만나며 '죽음의 병'이란 타이틀을 벗어던졌듯 혈우병 역시 유지요법을 적용하면서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

이제 관건은 환자의 건강한 삶을 위해 합병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혈우병은 반복적인 내부 출혈로 인해 부득이하게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질환 중 하나다. 그 중에서도 중증 혈우병의 경우 관절 내 출혈과 연부조직, 근육 내 출혈이 순차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혈우병 환자의 근골격계 합병증 치료 방안은 아직까지 의료 현장의 고민으로 남아있다.

메디팜스투데이는 혈우병 국제가이드라인 저자이자 세계혈우병연맹 소속 회원으로 활동 중인 아돌포 이나스 볼페 교수(콜롬비아 Fundacion SantaFe 대학병원장)를 만나 혈우병 환자의 근골격계 합병증 관리와 출혈 시 이에 대응하는 의료 환경에 대해 들어봤다.

-혈우병 환자를 치료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인가?

아돌포 이나스 볼페 교수(콜롬비아 Fundacion SantaFe 대학병원장)는 혈우병환자 수술시 중요한 요소로 의료진의 다학제적 협진을 꼽았다.
환자를 볼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확한 진단'이다. 환자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혈우병 환자는 복합적인 증상을 보이는데, 다른 유전 질환이 상존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최근에는 조기치료에 대한 논문들이 많이 나오는데 출혈이 어렸을 때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추후 예방에 신경 쓰더라도 관절 손상 진행을 막을 수 없다. 때문에 조기부터 관절 치료에 신경을 써야 한다.

출혈로 인해 수술이 필요할 경우에는 다제적으로 팀을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 응고인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 치료 순응도가 떨어지는 경우, 정맥제제로 주사투여가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협진을 통한 팀워크가 중요하다. 협진은 오랫동안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래야 환자의 출혈 경향을 예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만약 관절 손상이 동반될 때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외과적 방법론과 기술, 경험이 팀워크 내에 존재해야 한다. 때문에 협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진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혈우병 환자가 수술대에 올라갈 때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면 안 된다. 이를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이 협진이다. 혈우병 환자들은 다양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협진체계가 존재하지 않을 때는 필연적으로 나쁜 결과가 따를 수밖에 없다. 같은 중증이라도 출혈이 자주 발생하거나 출혈이 없는 환자가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환자의 가족력을 보면 비슷한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원활한 협진이 필요하다. 협진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를테면 혈우병 환자는 응고인자 생성 원천이 사라진 간이식 환자와 유사한데 간이식 수술 경험이 풍부한 마취과 의사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고용량 진통제와 응고인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통증전문관리 의료진, 약물투여를 돕는 간호부와 협력도 중요하다.

수술 전에는 환자의 응고인자활성도 및 항체 검사를 선행해야 하며 충분한 양의 응고인자 제제를 확보해야 한다. 응고인자 활성화 수준을 지혈에 필요한 수준으로(혈우병 A: 80~100%, 혈우병 B: 60~80%)유지해야 하며 수술 후에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 수술 등 응급상황에서 고용량 혈액응고제제는 즉각적인 대처를 돕는데 도움이 된다. 

화이자의 혈우병 A치료제 진타

-결국 환자가 수술대 위로 올라가지 않기 위해서는 관리가 중요한 것 같다.

물론이다. 2015년 기준으로 혈우병성 관절병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이미 전체 혈우병환자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다만 응고인자 투여를 하더라도 예상할 수 없는 환자의 출혈이 있기에 수술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수술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의료진의 다제적 접근은 물론, 정부와 산업계, 의료계의 협력이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혈우병성 관절병증 환자가 1200명에 이르고 있다. 수술센터는 3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인구 수 대비로 봤을 때 진단되지 않은 환자들이 있을 것 같다. 보다 많은 환자의 검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상황이다.

혈우병 환자들은 출혈 통제와 진단을 받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가 파트너쉽을 찾아야 한다. 대화를 통해 바라보는 가치의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원격의료가 시행되고 있는데 혈우병 환자 중 급성의 경우 이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또 환자 관리를 중앙(센터)에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원격에서 컨설팅 할 수 있는 조절 능력만 갖추게 된다면 급성환자들의 관리가 용이할 것이다.

더불어 집중적으로 의료진을 양성해 환자 치료에 적합한 의료진의 수요를 맞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

-최근 국제혈우병가이드라인에서는 근골격계 합병증 위험을 고려해 유지요법 시행을 권고하고 있는데?

아돌포 이나스 볼페 교수(콜롬비아 Fundacion SantaFe 대학병원장)는 혈우병환자 관리에서 의료진의  다학제적 협진을, 환자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정부가 협력하는 다각적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진들 사이에서 유지요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각각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많은 의사들이 약에 대한 가격을 고려하고 있어 쉽지 않은 문제다.

한국과 콜롬비아의 상황은 다르지만 콜롬비아의 경우, 비용측면에서 유지요법을 선호하지 않는다. 나 역시 유지요법 보다는 환자에 대한 면밀한 관찰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나의 경우 환자 관찰을 위해 슬럼본 앨라스틱(응고반응을 보는 기법)을 사용하는데 이를 통해 출혈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한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응고인자 투여가 가능하다면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약물의 가격적인 부담 외에 환자 모니터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면?

혈우병 환자나 가족이 원하는 것은 독립적인 생활이다. 주도적으로 삶을 운영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장기지속형 응고인자들이 혈우병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단순히 환자의 생존에 급급해 치료를 했다면 이제는 다수의 혈액응고인자 제품들이 나와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있다.

때문에 만성질환으로 거듭나고 있는 혈우병 관리를 위해서는 체계화된 시스템을 만들어 환자들이 최고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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