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참여가 의약품 광고 공정성 높였다"

<인터뷰>한갑현 전 의약품광고심의위원회 위원장

약사의 역할은 단순히 의약품 처방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각계에서 다양한 직분에 종사하며 약사 직능의 기본 정의를 실현하는 이들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멀리 국회에서부터 가까운 약국까지.

한갑현 김구약국 대표약사(전 제약협회 광고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약사회 사무총장)

직업의 영역에서 약사가 갖는 타이틀이 이렇게 다양한 것은 다방면에서 요구되는 '자격'의 의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약의 전문가'라는 연결 고리 하나가 가져다주는 파장은 굳이 직업이라는 형태를 갖추지 않아도 충분히 실현가능하다. 오늘은 이런 부연 설명에 적합한 사람을 소개해 볼까 한다.

약사회 전 사무총장이자 현 김구약국 대표 약사인 한갑현 약사는 길고 긴 길을 돌아 다시 약사라는 직업에 안착한 특이한 이력의 보유자다.

경남 진주에서 나고, 중앙대 약대를 나와 약사 생활을 하다 불현듯 경남 창원의 도의원을 지냈다. 그러더니 도지사의 정무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한 전례 없는 행보를 보였다.

그 뒤 약사들의 단체인 약사회에서는 조찬휘 회장의 수족 역할을 하는 사무총장을 지냈다. 조찬휘 회장의 복심이었던 그는 올해 5월 불현듯 약국 하나를 인수 받아 대표 약사로 지내고 있다.

약사회 사무총장과 김구 약국의 대표약사를 맡기 전 그가 가진 또 하나의 타이틀이 있는데 그게 바로 오늘 소개하려는 제약협회 광고심의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역할이다.

의약품광고심의위원회는 제약협회 소속 회원사가 만든 광고(언론매체-신문 라디오 잡지 등)가 대중을 만났을 때 과연 타당한가를 심의·검열하는 기구다.

위원회는 의약계, 학계, 법조계, 소비자단체 등 각계 추천을 받은 14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그는 지난 2013년 위원으로 선임된 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을 내리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의약품 광고 심의, 까다로워야 하는 이유는

그가 위원회 활동을 막 접하던 2013년까지 약사 출신 광고심의위원은 보기 드물었다. 약사회 추천으로 위원회 활동을 처음 시작한 그는 의약품 광고 심의를 하는 자리에서 약사들의 존재감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광고라는 것이 이익창출과 불과분의 관계다. 그러다보니 제약사는 의약품의 전문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광고를 통해 의약품의 오남용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그 부분에 초점을 두고 위원회 활동을 했다."

그의 전문적인 견해는 약사사회 최대 이슈인 '일반약 슈퍼판매' 광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어떤 제약사는 한 제품의 정제는 편의점에서, 시럽제는 약국에서 판다는 광고 멘트를 사용해 위원회 내에서도 논란이 됐었다. 결국 광고는 나가지 못했지만 의약품을 전문가의 지도 없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이런 광고를 여과하는 것이 약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갑현 전 위원장은 광고 심의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과장(과대광고)'와 '오남용'을 들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광고를 잘 해서 많이 파는 것이 목표지만, 의약품은 오남용 없이 안전하게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광고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업계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의약품이 가진 본연의 효과보다 더 부풀려진 광고는 오해를 부르기 쉽다. 이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줄타기를 해야 했다."

명확하지만 까다로운 그의 심사 기준은 그가 약사이기에 지켜야 했던 사명과 같았다. 그래서 의도치 않은 결과들이 나오기도 했다.

"아이러니 한 것이 의약품 광고는 과대광고를 할 수 없게 기준을 만들었는데, 건강기능식품은 우리의 심의 대상이 아니다 보니 과대 광고를 하는 모순이 생겨났다. 마치 건기식을 먹으면 질병이 낫는 것처럼 과대 포장되는데 이 부분에서 제약사들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곤 했다."

3년의 위원장 활동 비결은 공평무사(公平無私)

그는 제약사들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수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불평으로 가득한 제약사의 요구는 위원회 구성원의 변화를 줄 법도 한데 그는 추대에 의해 3연속 위원장 자리를 꿰차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모든 회의는 공평무사해야 한다. 중립적 입장에서 위원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존중과 배려가 회의 진행을 원활하게 하고, 공정하게 심의를 할 수 있게 한다."

3년간 위원장의 자리를 지킨 그에게 아쉬움은 없을까.

약사회 임원 재직 시절의 한갑현 약사.
"광고 심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건당국이 국민 건강을 위해 안전이라는 잣대를 명확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대중매체를 떠나 인터넷 광고와 웹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의약품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적정선에서 이들을 다룰 수 있는 기준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한갑현 전 위원장은 의약품 광고 심의를 진행하며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광고로 유한양행의 메가트루포커스와 노바티스 라미실원스를 꼽았다.

"광고심의위원회에서 가장 많은 논란이 됐던 광고였다. 광고주들이 직접 와 해명까지 했던 광고들은 이상하게 소비자광고 대상을 받더라(웃음). 의약품 광고는 오남용 때문에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해선 안 되는데 메가트루포커스는 학생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종합비타민인데 집중력 강화에 포인트를 줬다. 과대광고를 한참이나 실랑이를 벌여 수정한 것이 현재 나오는 광고다."

규제의 틀을 창의성을 발휘해 빠져나가려는 광고주와 이를 어떻게 해서든 막아서려했던 그의 실랑이는 올해 5월로 마무리 됐다. 이제는 약사의 자리에서 복약지도로 환자를 만나고 싶다는 그는 "알차게 보낸 4년이었다"는 소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