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루보, 하반기 출시 예정…희귀항암제 '약가' 허들 남아

"연조직육종은 자각증상이 없고 조기 발견이 어렵다. 통증으로 내원하는 환자의 경우 3기 이후가 대부분이다."

연조직육종(soft tissue sarcoma)은 의사들도 잘 모르는 영역의 암질환이다. 암의 특성상 조기 발견하면 생존율은 높아지지만 연조직육종의 경우 조기발견이 쉽지 않고, 환자가 통증으로 인해 자각해서 병원에 왔다 해도 3기 이후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망률이 높은 질환으로 꼽힌다.

릴리의 진행성 연조직육종 표적치료제 라트루보
신체 모든 연부조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악성 종양인 '연조직육종'은 지방, 근육, 신경, 인대, 혈관, 림프관 등 각 기관을 연결하거나 지지하는 조직에서 발생하는 암이다.때문에 팔다리, 체간, 후복막, 두경부 등 여러 부위에서 발생한다는 특이점이 있다.

연조직육종의 또다른 특징은 국내 전체 암 발생의 0.4%에 불과한 희귀질환이라는 것이다. 개체수가 적다보니 이 영역의 치료제 개발도 요원했었다.

연조직육종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0%대로 나쁘지 않은 편이나, 팔이나 다리 등 신체의 다른 부위로 암이 원격전이 됐을 경우(4기) 5년 생존율은 10%로 대폭 하락한다.

연조직육종에 걸렸을 때 가장 좋은 치료법으로는 수술이 시행된다. 종양의 충분한 제거를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사지 절단술이 시행되기도 하며 종양을 제거하면서 같이 제거된 피부나 근육, 골격 등을 재건하기 위해 재건수술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방사선 치료는 수설 전 또는 후에 보조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환자의 전신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단독으로 이뤄지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약물 치료는 최대한 빠른 시간에 가능한 한 고용량을 투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미세 전이를 없애고, 원격 전의 출현 빈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나 부작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그동안 진행성 연조직육종을 치료하는 주요 약물로 독소루비신이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이포스파마이드, 에피루비신, 젬시타빈, 파클리탁셀 등 기존 항암제들이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나 독소루비신 대비 임상적으로 우월한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조직육종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약제는 독소루비신을 기본으로 한 병용요법이 이뤄지고 있으나 이들의 전체 생존 기간은 최대 15.9개월이거나 그 이하 수준을 맴돌고 있다.

라트루보의 등장, 40년만의 신약

라트루보는 기존 항암제 병용에서 발현됐던 부작용을 줄이고, 전체 생존율은 1년 가량 늘리는 임상 결과를 내놔 주목받았다. 사진은 기존 표준항암제 부작용 발현과 생존기간

라트루보(성분명 올라라투맙)는 혈소판-유래 성장인자 수용체 알파(PDGFR-α)와 선택적으로 결합해 종양의 확산 및 전이에 작용하는 PDGFR-α 신호전달경로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종양의 성장을 억제해 암을 치료하는 원리다.

라트루보는 독소루비신과 병용 투여를 기본으로 하는데 독소루비신 단독 사용 보다 우월한 생존율을 나타내 학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라트루보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임상 2상을 기본으로 출시가 이뤄졌으며 우리나라는 세 번째 출시국가가 됐다.

폴 헨리 휴버스 한국 릴리 사장은 "질환이 희귀하다보니 연구 자체가 드물었던 데다 기존 치료제를 대체할 만한 신약이 개발되지 못했다"면서 "40여 년 만에 혁신적인 약물이 등장한 만큼 국내 출시를 서두르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이 약물의 출시를 올해 하반기로 보고 있다. 허가를 마친 뒤 약가 협상을 위한 채비를 진행 중인데, 희귀항암제 특성상 고가의 약제라는 '허들'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회사 관계자는 "환자수가 적은 만큼 경제성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의사와 환자에게 치료에서 희망을 주다

5일 한국릴리가 연 진행성연조직육종 미디어 세션에서 김효송 교수(연세암병원 종양내과)는 라트루보의 출연에 대해 "육종을 치료하는 의사로써 새로운 약제의 개발은 희망을 준다"면서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희소식"이라고 호평했다.

그는 "무엇보다 라트루보는 40년 만에 나온 약제로 JGDG 임상을 통해 독소루비신 단독 요법 대비 유의한 전체생존기간 및 무진행생존기간 연장을 나타냈다"면서 "병용투여에서는 독소루비신 단독 투여군 대비 전체생존율과 무진행생존율을 모두 개선된 결과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어 "독소루비신과 기존의 항암제를 병용할 경우 독소루비신 단독 대비 우월성은 높지 않고 부작용 발현만 높아 졌었다"고 소개했다.

라트루보와 독소루비신 병용요법의 중앙 전체 생존기간은 26.5개월로 독소루비신 단독 요법 14.7개월 대비 11.8개월 증가한 결과를 보였다. 무진행 생존기간은 6.6개월도 4.1개월 대비 2.5개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이상반응은 라트루보 병용요법군에서 42%, 독소루비신 단독요법군에서 38%로 유사하게 발생했고, 이상반응에 의한 시험 중단 비율은 라트루보 병용투여군에서 13%, 독소루비신 단독투여군에서 18%로 나타났다.

김효종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김효송 교수는 "사망 위험을 54% 감소시킨 것은 임상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면서 "초기부터 라트루보 병용군과 기존 치료군의 생존곡선이 의미있는 차이를 보였고, 8회 투여가 끝난 뒤 라트루보를 단독 투여했을 때도 반응률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결과 덕분에 2상 임상을 근거로 신속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이 약이 나온다는 소식에 환자들의 문의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항암제 특성상 높은 약가 부담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어떤 접근방법으로 약가를 정할지는 모르겠지만, 치료비 부담만 해결된다면 써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생존율을 1년가량 연장시킨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결과다. 환자와 의사 모두 이 약물에 대한 기대가 높다"면서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위해서도 이 약의 도입이 속히 진행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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