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 발굴 및 치료 선행돼야…법 제정도 절실"

"낮 졸림증에 대한 연구와 진료의 질 향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데 기여하겠다."

아시아 5개국의 기면병 연구회 수면전문의들이 모여서 아시아 기면병·과수면증학회를 창립했다.

아시아 기면병·과수면증학회는 24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제1회 아시아 기면병·과수면증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홍승철 위원장.
홍승철 아시아 기면병·과수면증학회 창립 조직위원장은 24일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낮졸림증의 유병률은 10%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낮 졸림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낮에 졸린 것은 밤에 못 자는 불면증에 비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병이라는 생각을 안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낮 졸림증의 원인으로서 하이포크레틴과 같은 각성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저하(기면병), 야간 수면의 질 감소(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교대근무 관련 수면장애) 등과 수면시간의 부족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홍 위원장은 "이는 곧 생산성과 재해, 교통사고 등의 원인이 되므로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증상이고 반드시 평가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면부족이 야기하는 문제들에 대해 정책입안자들이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수면의학을 하는 의사나 학회가 이 부분의 연구 및 교육을 통해서 사회적 정책으로 발전시키도록 하는 노력이 부족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버스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많은 승객의 생명을 앗아가는 사고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성빈센트병원 연구 결과 버스 운전기사 120여명에 대한 조사에서 30% 정도가 낮 졸림증을 유발하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는 결과도 치료의 필요성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홍승철 위원장은 "근본적으로 대중교통 운전자의 낮 졸림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면상태와 수면장애에 대한 스크리닝 평가, 고위험군 발굴 및 고위험군 운전자에 대한 교육과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에 대한 법제정도 절실하다"고 밝혔다.

홍 위원장은 수면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 운전자 졸음쉼터 확충 및 이용 확대 정책 마련 ▲학생들의 수면패턴에 동조한 수업시간 조정 ▲일정 시간 낮잠으로 밤잠 보충 ▲수면실 운영 등을 제안했다.

기면병은 유병률이 0.05% 정도로, 우리나라 환자는 약 2만 5000명으로 추산된다.

이정희 회장.
병 자체가 낮 졸림증 이외에 웃거나 화가 날 때 온몸에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 가위눌림, 입면 시 환청 환각, 밤에 잘 때 자주 깨는 증상 등을 동반하며, 증상의 심한 정도에 따라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힘든 정도로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한 경우에는 몸에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 증상이 심해 직업조차 갖기 힘든 환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프로비질, 페니드 등의 중추신경계 흥분제와 벤라팍신 등의 항우울제 등의 약물로 치료를 하고 있으나 일부 심한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자이렘(Zyrem)은 수입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정희 한국수면학회 회장은 "기면병 이외에도 심한 낮졸림증을 가지고 있는 특발성 과수면증 환자들도 기면병에 준하는 심한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전문적인 치료제가 보험적용이 안되는 문제가 있어 치료약제에 대한 보험허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면병 진단을 위한 선별검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졸림증이 병적인 수준으로 발전하게 되면 증상이 각각 나타나기 때문에 엄격한 야간수면검사와 낮잠검사의 진단기준을 완화해 환자들이 급여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올해는 수면다원검사에 대한 보험급여가 인정될 예정"이라며 "또 주간졸음과 관계가 깊은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양악기에 대한 급여도 추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기면병·과수면증학회는 이번 창립대회를 계기로 삼아 다학제적인 연구를 추진해야 하는 수면장애 학술 발전을 위해 타과들과 함께 연구·교육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국민들의 인식을 제고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는 초청 연자로 기면병의 hypocretin 병태생리를 처음으로 밝힌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Mignot 교수와 기면병의 임상경험이 가장 많은 Christian Guilleminault 교수, 기면병 치료약물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하는 Jed Black 교수, 중국의 Fang Han 교수, 홍콩의 Wing 교수, 일본의 Inoue 교수, Honda 교수, Kanbayashi 교수, 대만의 Huang 교수 등 기면병 연구업적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수면전문의들이 참석해 기면병과 과수면증 진단 및 치료 사례 등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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