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승가사 뒷산 정상에는 사모바위가 있다. 그리워하는 사모(思慕)가 아니라 조선시대 관리가 썼던 모자 모양의 사모(紗帽)바위다. 

 필자는 그 사모바위 능선을 넘어 가는 길가에 아주 큰 바위에서 땀을 식히고 있었는데 그 때 앉아던 산더미 같은 암반에서 채석을 한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줄을 이어 드문드문 홈이 파여 있었는데, 홈에서 나무를 박아놓은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소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실이었다. 바위를 나무 정으로 잘라낸 현장을 발견한 것이었다.

 ‘바위를 나무로 자르겠다’는 옛 어른들의 지혜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무를 바위에 박아 한 겨울을 나면, 얼고 녹는 자연과학의 지혜를 활용한 채석방법에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생각의 전환, 생각의 혁명을 느끼게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산성(山城)을 쌓는 일이나, 세월을 이기고 빛나는 역사의 기념물로 후세들 앞에 우뚝 선보이는 문화재들은 거의가 혼자의 힘이 아니라 함께하는 일의 결과물이 많다. 이러한 사실이 2017년 정유년 새해의 새로운 트랜드로 다가오고 있다.  

 2016년 11월에 우리나라 최초 인공지능 의사‘왓슨이’가 탄생됐다.
 대장암 환자를 7초 만에 항암치료 처방을 한 사례이다. --- 이렇듯 의료산업계를 쓰나미처럼 밀고 들어오는 제4차산업혁명은 시작됐다.
 제4차산업혁명은 산업전반에 걸쳐 페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물결이다. 단지 새로운 물결이 의료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지대하다.

 우선 서두에 제시된 인공지능의 로봇 출현은 융합기술에서 시작됐다. Big Data→ 사물컴퓨터(Lot Computer)→ 인공지능 → ▶『로봇』 출현이다. 또한 인공지능에서 ▶『3D Printing』 출현이다.
기술의 유용성은 차자에 언급해 보도록 하고 정유년 새해에 나타날 새로운 물결, 그 트랜드를 제시하는 입장에서 우선 제4차산업혁명의 뿌리와 융합기술의 개념부터 확인해 본다. 뿌리를 알면 길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2000년 밀레니움시대가 개막되면서 강조해 왔던 게 퓨전니즘『Fusionism』이다. 퓨전니즘은  상생(相生)주의, 융합(融合)주의, 혹은 연합, 단합주의라는 의미에서 예고했다. 이는 학계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단어이며 필자가 만들어낸 신생단어였던 것이다.

 인터넷시대가 팽창되면서 정보의 공유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산업계에 Win&Win, 전략적 제휴의 문화가 탄생됐다. 나아가 내가 이겨야만 생존하는 Wine - Lose의 2원적 생존게임이였던 정치계에서조차 상생(相生)주의가 시작된 것이었다.  퓨전은 문화계에서 식당가에서도 유행됐다. 바로 퓨전레스토랑이다. 새로운 메뉴 짬짜면(짬뽕+짜장면)이 탄생됐다.

 최근에 융합의 의미를 Convergence(집합) 혹은 integration(통합)으로 보고 Fusion과 같다고 해석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곡해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Fusion은 명사로써 ‘결합, 융합’의 의미로 어원이 Fuse에서 왔다. 동사개념의 Fuse는 ‘결합되다, 융합시키다’의 뜻으로 1+1로 새로운 생산물을 창조해 낸다는 점에서 'Fusion'이 정확하다고 강조하고 싶다.따라서 Fusion은 1+1 이상의 결합으로 새로운 창조물 1 이상이 돼야 한다.  이러한 물결은 최근 교육부에서 융합과 창의적인 교육정책으로 STEAM(Science + Technology + Enjineering + Art + Mathematics)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人工知能 )이라 함은 독보적인 기술의 결정체가 아니라 영역 밖의 영역과 1+2 이상의 연합체로 결혼하여 탄생된 인조지능이다. 그 시작이 바로 분야별 Deep learning에서 시작됐다. 순간의 아이디어에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 누적된 세월을 통해 숙성된 데이터를 응축한 결과물로써 '융합기술(Fusoin technology)'이다. 어쩌면 '기술결혼'이라고 풀어본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의료계의 혁신적인 기술이 또 하나 있다. 바로 '3D Printing'이다. 3D는 인체의 골격이나, 기관 등을 성형몰드로 재현하여 인체에 사용되는 것이다. 예방의료시대, 맞춤식 의료시대의 도래다. 이 또한 융합기술로 전자와 같이 2개 분야 이상의 과학기술이나 학문분야를 결합한 기술력이다. 대표적으로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정보기술(IT) 등, 신기술 간 결합된 기술이다.

 특히 영역의 벽을 허물어 버리고 전문분야 간 상생적 결합기술은 2017 정유년 새해를 주도한 새로운 물결이 아닐 수 없다. 새로운 물결은 바로 전 산업계에 다가온 제4차산업혁명이며, 생산, 유통, 그리고 소비자의 패턴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NT분야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과 BT분야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등을 수립, NBIT(NT+BT+IT) 융합을 주창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인문사회의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면서 융합기술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쯤에서 우리는 융합의 원점을 집어봐야 한다. 어원을 알면 해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융합의 어원은 퓨즈(Fuse)에서 시작된다. 전기용량이 갑자기 클 때 차단기에서 퓨즈가 녹아버린다. 전기 두껍이집 퓨즈가 녹으면 집안은 암흑이 된다. 새로운 퓨즈를 이어야 불이 들어온다.
퓨즈가 녹는 현상의 원인은 자기 것만 강조하는 현상에서 비롯된다. 또한 다시 밝은 불을 밝히기 위해서는 퓨즈가 융점에서 녹아버린 후에 이어진 새로운 융합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퓨즈가 만든 퓨전니즘(Fusionism)은 어두운 암흑과 밝은 양면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융합의 시대, 퓨전니즘의 시대에는 나를 주장하는 시대가 아닌 것 같다. 내가 아닌 주위를 먼저 살펴보는 시대다. 상생의 균형을 잘 잡았을 땐 밝은 빛을 볼 수 있지만, 내 것을 강조하면 바로 이면의 어둠으로 추락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정유년 새해의 새 물결 네오이즘(Neoism)이라고 명명해 본다.
                                                                                                                [글 :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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