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변 환자 중 대장암 또는 진행성 대장용종 10% 달해

▲환자 진료 중인 김범규 교수 

겨울철이 되면서 치핵(치질의 정확한 진단명) 환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치핵은 혈변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어 혈변을 보게 되면 단순 치핵으로만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혈변은 치핵 외에도 대장암과 함께, 게실염, 대장 용종, 염증성 장질환 등이 혈변을 일으킬 수 있어 출혈의 원인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국내에서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혈변이 있어 대장내시경을 시행한 32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 절반 이상인 68%가 치핵을 가지고 있었고 29%에서는 대장용종(colon polyp)이 동반됐다.

대장암 또는 진행성 대장용종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10%에 달했다. 50세 미만의 젊은 혈변환자 중에도 5%가 대장암으로 진단됐으며 23%는 선종(양성종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암은 대부분 대장점막에서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대장선종(용종)이 먼저 발생하고 선종이 암으로 발전하게 되며 드물게 정상조직에서 바로 대장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은 50세 이상, 체중감소, 배변습관 변화, 혈변과 빈혈을 동반한 경우나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의 위험 요소가 있을 경우 선별적으로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중앙대학교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범규 교수는 “치핵이 대장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혈변의 원인이 대장암 등 다른 질환에 있으나 추가적인 검사 없이 치핵 때문으로 오인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치핵 환자에서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는 것은 무의미 하지만 평소 대장암 정기검진을 받지 않는 환자나,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위험요소가 있는 경우 치핵에 대한 치료 전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40대 이후 중장년층인 경우 과거에 없었던 치핵이 갑자기 생기거나 변비, 설사 및 평소와 다른 배변습관 변화, 혈변, 점액변, 잔변감, 복통, 복부팽만, 체중감소, 빈혈 등의 증상이 평소에는 없었는데 발생했다면 전문의와 상담 후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한다.

보통 치핵이 암으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대장암 징후인 변비나 설사가 지속하면서 치핵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장암이 진단된 경우 치료는 대장점막에 국한된 조기대장암의 경우에는 대장내시경을 통한 절제가 가능하며 그 외 점막하층 이상을 침범한 대장암의 경우는 대장절제 수술이 필요하다.

대장암의 위치에 따라 절제 범위를 결정해 대부분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통해 대장암 수술을 진행하고 있으며 복강경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만 개복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장암 진단을 받으면 복부를 크게 절개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수술 방법의 발달로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하는 경우가 80% 정도에 이른다.

복강경이나 로봇을 통한 대장수술은 최소 절개한 후 수술이 이뤄지므로 통증과 흉터가 적고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

우리나라 사람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대장암 발생률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지만 숙련된 의료진과 의료술기의 발달로 우리나라 대장암 5년 생존율은 71%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김범규 교수는 “대부분의 대장암은 대장선종(용종)이 자라서 발생하기 때문에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45~50세 이상의 성인의 경우 정기적인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해 대장선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종이 있는 경우에는 내시경이나 수술을 통해 제거해야 대장암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움말 : 중앙대학교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범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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