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말하는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널리 알려진 말임에도 불구하고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말이 씨가 된다.’고 믿는다면 세상에 이처럼 험악하고 부정적이고, 불쾌한 말이 넘쳐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말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잡아 놓을 수도 없다.

그리고 그 영향이 즉각적으로 와 닿지도 않는다. 그냥 흘러가는 바람 같은 말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말을 하는 ‘혀’(舌) 밑에 도끼가 있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일 수도, 또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말 한마디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문화는 일상적으로 아예 욕을 달고 살아도 친근함의 표현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만연할 정도다.

아무리 심한 쌍욕을 해도 인내 심에서일까 무감각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언론 기사에 따르면 앤드루 뉴버그와 마크로 버트 월드먼의 “왜 생각처럼 대화가 되지 않을까 (Words can change brain)란 책에서 단 한 마디의 말이라도 신체적, 감정적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구절이 있다.

뉴버그에 따르면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할수록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이런 좋은 생각은 결국 다른 사람에 대한 좋은 생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름다운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은 물론 세상도 아름답게 바라보게 된다.

반면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면 우리 안의 두려운 반응을 유발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상승하면 지나치게 예민하고 긴장하게 되며 온몸이 딱딱해진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심지어 간까지 굳어져 기능이 더 많이 떨어진다.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면 또 긍정적인 말과 달리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좋은 점 보다 나쁜 점을 먼저 보게 된다고 했다. 문제는 입을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무슨 놈의 세상인지 곳곳에 우리를 분노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저주의 말, 악담의 말을 마구 쏟아놓게 만든다. 심지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차 아예 욕을 달고 다닌다. 또 나쁜 말도 서슴지 않고 한다.

모두가 씨가 되어서는 안 되는 말들, 절대 안 되는 말들을 느낌도 없이 해댄다.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다 보니 화가 나고, 마음이 상하면 욕 등 나쁜 말로 상대방 마음까지 상하게 만들기 일 수다.

최순실 파문으로 정국이 어수선해지면서 가히 설화(舌禍)의 대중화 시대가 도래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눈만 뜨면 최순실 파문에 따른 박 대통령의 하야, 탄핵 문제를 두고 뉴스에 등장하는 정치인이나, 패널, 연예인 등 유명인을 자처하는 이들을 통해 온갖 의혹과 거짓된 말로 매일매일 숱하게 설화를 겪는다.

물에 빠지면 물이 더러운 것이 오염될까 거부한다는 국회의원의 막말도 듣기 지겨운데 한 술 더 떠 연예인들 마저 제 세상 만났듯 대통령을 폄하하고 듣기도 민망한 말을 하며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려고 한다.

미쳐 날뛰는 저들을 보면 정상인이 아닌 정신분열증 환자일지도 모른다. 아님 열등의식이 아주 강한 ‘열등아’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행태를 보면 정상인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아직은 피해자 신분인데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인격을 처참하게 짓밟으며 언론은 언론 재판, 야당은 인민재판을 하려고 한다.

또 그런 발언으로 은근히 검찰에 압력을 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현 사태의 심각성은 이미 밝혀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반공법 폐지, 한. 미 사령부 폐쇄, 개성공단 재계, 사드 배치 철회, 그리고 국정교과서의 거부, 정부 정책 전 영역에 걸친 의사 결정에 전 국민과 동맹국들이 의문부호를 달게 되었다는 데 있다.

SNS, 페이스북, 카톡, 밴드에 유독 정부나 여당 두둔하는 글이라도 올라오면 그렇게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욕이나 글로 도배질을 한다.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악랄’하고 글도 무척 거칠다. 인격과 사람됨을 의심할 정도다.

굳이 안 해도 되는 말을 하고 굳이 안 써도 될 글을 쓰면서도 잘못된 것을 알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할 필요 없는 말을 해서 욕먹는 사람뿐만 아니라 매일같이 안 들어도 되는 불쾌한 말을 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피곤하고 덩달아 지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입을 먼저 닫을 줄 알아야 말을 잘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말을 해야 할 때 입을 닫는 것은 나약하거나 생각이 모자라기 때문이고, 입을 닫아야 할 때 말을 하는 것은 경솔하고 무례하기 때문이다.

아는 것을 말하기보다 모르는 것에 대해 입을 닫을 줄 아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도 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정치인의 말은 너무 빨라도, 또 너무 늦어도 독(毒)이다. 여론에 휘둘려 무심코 기분 내키는 대로, 말을 뱉었다가 여론이 뒤집히기라도 하면 다시 주워 담고 말을 바꾸느라 어쩔 줄 몰라 한다.

무슨 말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언제 어떤 말을 하느냐 하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말이란 지나치게 늦어도 비난을 받게 되지만, 너무 빠르면 자기 몸에 스스로 수갑을 채우게 된다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한다.

[시인. 칼럼니스트. 한국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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