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세대에서는 다소 생소 한 낱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한자에 ‘슬’(蝨)이라는 글자가 있다. 이 한자는 ‘이’ 또는 그와 비슷한 종류의 ‘서캐’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보통 빈대와 벼룩이라고도 말한다.

시정잡배만도 못할 만큼 추잡한 정치판을 보면서 문득 남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빈대가 연상된다. 빈대처럼 국민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정치인들. 그 빈대들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네 마리의 빈대가 있었다. 살이 통통 오른 돼지에게서 피를 빨아먹던 빈대들이 아귀다툼(아귀餓鬼는탐하고 질투하는 마음만을 가진 굶주린 귀신이다.

처음에는 말다툼을 일컫는 속어로만 쓰였는데, 요즈음엔 먹을 것이나 그 밖의 이익을 위해서 죽을 듯이 싸우는 일을 일컫는다. 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음식물을 차지하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기만 한다.

그 모습이 흡사 지옥도를 방불 시키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워대는 사람들을 가리켜 ‘아귀다툼을 한다.’고 말한다.) 하며 귓 창이 찢어지도록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서로 여리고 살찐 부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요즘 말로 피가 터지게 싸운다. 늙은 빈대 한 마리가 지나가다 이 광경을 보면서 “너희들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느냐?”라고 물었다.

목청이 터지도록 고함을 지르며 싸우던 빈대 중 한 마리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싸운다.”라며 참견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늙은 빈대가 정색을 하며 “조만간에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는 계절이 오는 것을 알고나 있느냐?”라고 재차 물었다.

네 마리 빈대는 그 늙은 빈대가 질문한 저의에 대해 짐작조차 하지 못 했다. 이 낯선 늙은 빈대는 다시 말을 잇는다. “제사가 닥치면 사람들은 살찐 돼지를 먼저 잡아 곧 장작에 구울 것이다.”그러면 빈대들의 먹잇감은 제물로 없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살찐 돼지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 돼지에 빌붙어 기생하던 빈대 또한 사람이 놓은 장작더미 속에서 함께 태워질 운명이 될 것이다. 생각이 깊어 보이는 이 낯선 늙은 빈대의 말에 네 마리 빈대는 아무런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이 빈대들은 해피 엔딩을 맞게 된다. 낯선 빈대의 충고를 받아들여 서로 다투지 않고 열심히 돼지 피를 빨아댄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빈대에게 피를 너무 빨려 수척해진 돼지는 늘 제사의 희생물에서 제외되면서 오랫동안 자기 명대로 살게 되었다.

사람들에게서 제사 감에 배제되면서 빈대 좋고, 돼지 좋은 결과를 낳았다. <한비자>에 나오는 ‘세 마리 빈대가 돼지를 먹다’ 삼슬식체(三蝨食彘)는 내용의 우화를 예로 들어보았다. 먹잇감과 세 마리의 빈대가 구성하는 사회는 공동체다.

좋은 자리, 재물을 탐하기 위해 다투는 것은 개인적인 욕망이다. 이 빈대의 우화는 공동체와 개인이 함께 살아나려면 눈앞의 것만 보는 게 아니라 멀리 내다보라는 충고의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사람 사는 사회가 바로 그렇다.

큰 상황, 먼 미래의 대국을 내다보지 못하고, 오직 눈앞의 작은 이익에만 매달리고 집착하다 보면 그 사회와 개인은 자멸의 상황으로 내닫게 될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그릇된 판단이 한 사회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 최순실 사건과 관련, 박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이나 사회집단은 돼지와 빈대의 관계를 냉철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자칫 당장의 작은 이익을 추구하려고 하다,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매주 토요일이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와 정치공세를 펴는 것이 국익에 어떤 이익이 오는지, 반정부 세력에게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대통령의 하야 말고는 다른 상생의 길은 없는지 깊이 생각해야 할 때다.

얼마 전 국민의 당 박지원 비대위 위원장이 탄핵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덫에 걸렸다고 했는데, 박 대통령의 덫에 걸린 게 아니라 박지원 자신의 잔꾀에 자신이 빠진 것이다. 처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 거국 내각과 국회가 추천하는 국무총리 임명을 청와대에 요구, 모두 수용할 뜻을 비취자 야당이 거부했다.

무조건 하야를 요구하면서도 대책을 국민들 앞에 제대로 제시하지 못 했다. 결국 탄핵소추까지 가다 보니 탄핵소추가 될 경우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통진당을 해체 시킨 황 총리가 직무대행자가 된다는 것을 알고, 이번에는 ‘선 총리 임명 후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

스스로가 법을 어기면서도 사사건건 자기들 필요한 대로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국민들의 촛불을 믿고, 야당은 한참 오판을 하고 있다.

지금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는 것은 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의 함성이지 야당을 지지하는 함성이 아니데, 착각을 하고 의원의 본분을 망각한 채 국민들과 똑같이 거리로 나와 시위대에 참여, 추잡한 행동을 하면서 더 많은 국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의회정치를 하는 나라의 의원들이 있을 자리는 거리가 아니라 의회다. 박 대통령의 사건은 이제 검찰로 넘어갔다. 삼부가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입법부가 사법부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묵시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이며, 월권이다.

박 대통령의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의회는 탄핵소추만 하면 된다. 자기 역할만 하자. 당파싸움질만 하다 서서히 망해가던 조선이 나라를 빼앗기듯 지금 우리도 진흙탕 정치 싸움에 나라를 좌파세력에 빼앗기는 ‘망한 민국’이 될 판이다.

제발이지 야당 정치인들 더 이상 정치적으로 국민을 이용하거나 호도하지 말자. 돼지와 빈대의 삶을 교훈으로 삼자. 정말로 국민들이 살기 좋은 국가는 신뢰를 바탕으로 균형 잡힌 성장과 사회통합을 추구하고, 국민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내는 책임정치가 이뤄지는 국가다.

사방에서 백성들의 분노의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국가와 백성, 정치인들과 사이엔 슬프게도 진정성이나 신뢰라곤 눈곱만큼도 없다. 신하라는 작자들은 나라를 위협하는 커다란 위험에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부를 채우기에만 급급하다. 백성들은 비참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제 배 채우려고 나라까지도 팔아먹으려 한다.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시인. 칼럼니스트. 한국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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