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학회 등 8개학회 "60일 처방제한 풀어라"


한국의 항우울제 사용량이 OECD 최저로 나타난 가운데 한국의 높은 자살률의 원인은 우울증 치료에서 TCA(삼환계) 사용량이 많은 반면 안전한 SSRI 사용량이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60일로 제한된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항우울제의 급여제한을 풀어서 우울증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대한뇌전증학회를 중심으로 한 주요 학회들의 요구다.

대한뇌전증학회가 주관한 '한국 OECD 자살률 1위 자살예방과 우울증 치료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1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뇌전증학회뿐 아니라 내과학회, 소아과학회, 산부인과학회, 가정의학회, 마취통증의학회, 신경과학회, 뇌신경재활학회 등 8개 학회가 함께 했다.

홍승봉 회장.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 회장은 "외국에서 자살률 감소는 SSRI 항우울제의 사용량 증가와 TCA(삼환계) 항우울제 사용량 감소에 비례한다"며 "우리나라는 아직도 우울증 환자의 50% 이상에서 TCA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회장에 따르면 2013년 기준 OECD 주요국가 중 항우울제 소비량은 한국이 20(단위 : DDD, 하루소비량)으로 칠레(13)를 제외하고 가장 낮았다. 아이슬란드(118), 호주(96), 영국(82)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평균 58에도 한참 못미치는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를 보면 항우울제 처방이 3.5% 증가했을 때 자살률이 25% 감소했다. 헝가리는 1990년 이후 SSRI 발매 후 자살률이 급격히 감소했다. 1990년에서 2001년 사이 자살률이 26.6% 감소했는데 이때 TCA 사용은 59.1% 감소한 반면 SSRI는 63.5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회장은 "미국은 TCA 항우울제는 위험해서 더 이상 우울증 치료에 사용하지 않는다"며 "TCA 항우울제는 사람들이 자살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작용이 많고 위험한 TCA는 투여기간에 제한이 없는데 반해, 부작용이 훨씬 적고 안전한 SSRI는 비정신과의사들이 처방할 때 60일로 제한하는 것은 우울증 치료 방치로 자살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학회들도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우울증 치료에서 항우울증 치료제의 적절한 사용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박건우 대한신경과학회(고대 안안병원) 회장은 "적극적이고 적절한 우울증 치료가 자살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며 "우울증 진단과 치료에 모든 의사가 동참하고 적절한 항우울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순 대한내과학회 교수는 "내과적 만성질환의 상당 부분은 우울증과 동반한다"며 "SSRI의 경우 부작용도 별로 없는 약을 60일 처방 제한을 걸어놓는 경우는 다른 나라에서는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은백린 고려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청소년의 10~15%가 우울증 증상을 경험하는 등 빈도가 적지 않은데 우울증 치료유지요법으로만 6~9개월 계속 투여해야 한다"며 "SSRI 등 다양한 항우울제 약물치료는 재발방지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영숙 복지부 서기관은 SSRI 항우울제 관련 대책에 대한 언급없이 자살률 통계와 현황을 발표해 좌장을 겸하고 있던 홍승봉 회장에게 질타를 받았다.

전 서기관은 "2015년 자살자는 전년 대비 300명 정도 줄었다"면서 "소아청소년, 특히 노인자살률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17개국의 자살률을 분석한 결과, 핀란드와 일본이 가장 많이 줄었다. 이들 국가는 전담부서 배치 및 많은 예산 투입, 지역의 자살 특성 분석이 자살감소의 원인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도 자살률을 20%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승봉 회장은 "7분이 넘도록 발제하면서 지금 1시간 반 동안 의료계가 요구하고 있는 SSRI 항우울제 처방제한에 대해 단 한마디도 안했다"며 "이것이 우리나라 공무원의 현실인데 어떤 발전이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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