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의견서 발표 "타과, 비전문가적인 욕심을 접어라" 비판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타과에서 주장하는 '항우울제 처방기간폐지'에 대해 현행 고시대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학회는 23일 '항우울제 급여기준 개선논의에 대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의견'을 통해 "무분별한 항우울제 처방과 우울증을 약물치료만으로 조절하려하는 것은 정신치료의 중요성을 간과한 비전문적 치료"라며 이같이 밝혔다.

학회는 의견서를 통해 "우울증 치료제 개선안이 지난 2005년, 2011년 갈등 이후에도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큰 변화없이 유지되고 있다"며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우울증을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해야함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우울증치료제(SSRI 등)의 요양급여인증기준에 대해서도 "우울병에 투여하는 경우 60일 범위 내에서 인정하고 60일이상 약제투여가 요구되는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자문의뢰하도록 정해 정신건강의학과 자문·의뢰하도록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학회는 ▲항우울제 급여기준 고시가 의사의 처방권을 제한하는 지에 대한 문제 ▲우울증(우울장애)의 특징 ▲신경계질환을 비롯한 신체질환에 동반된 우울증 ▲거동이 힘든 치매, 뇌졸중 환자의 우울증 치료 ▲자살 등으로 주제를 분류해 학회 입장을 밝혔다.

먼저 '항우울제 급여기준 고시가 의사의 처방권을 제한하는 지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비전문가적인 소견에 근거하여 처방권 제한을 행정력 남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불면증엔 수면제 우울증엔 항우울제를 처방해서 우울증을 낫게 할 수 있다는 단순하고 기계적인 발상"이라면서 "단순한 질병차원이 아닌 자살예방이라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문가에 의한 체계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울증의 특징'에 대해서는 "약물치료만으로는 60%정도만 반응하고 완치율은 더 낮아 30-40%에 그치는 수준
"이라고 설명하면서 "적절한 치료는 약물치료만이 아닌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가족치료 그 외에 다양한 심리사회적 치료요법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설적으로 약물치료가 굳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단순한 우울감을 호소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항우울제를 과잉 처방받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타과에서 우울증으로 치료받는 경우 2개월의 항우울제를 처방하고도 좋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항우울제만을 반복 처방하다가 증상이 심해졌을 경우 정신과에 consult한다는 것은 실제로 자살 위험이 높아서 초기부터 정신과가 개입해야 되는 경우를 놓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신경계질환을 비롯한 신체질환에 동반된 우울증'에 대해서는 "우울증상이 있을 경우 환자가 정신과 치료받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타과 의사라도 환자를 위해 우울증약을 지속적으로 처방함으로써 우울증을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주장은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 일반인의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더욱 조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심리사회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약물치료는 환자의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거동이 힘든 치매, 뇌졸중 환자의 우울증 치료'와 관련해서는 "우울증이 동반된 치매 환자가 거동이 불편해도 신경과에는 갈 수 있는데 추가로 정신과에 가기 힘들다는 주장은 실제 임상현장에서 보았을 때 전혀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하루에 많은 환자를 보아야 하는 타과의 경우 더구나 우울증에 대한 전문적인 수련을 받지 않은 경우 과연 환자의 우울증상을 찬찬히 평가하고 그에 따라 약물투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지 곰곰히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자살'에 대해서는 "단순히 의료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면서 "항우울제 처방의 제한이 자살률의 증가와 관련이 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학회는 또 "SSRI나 SNRI를 제외한 많은 종류의 항우울제를 제한 없이 타과에서 처방하고 있는 현실에서 현재까지 정신과 단독으로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일부 과의 영역확장을 위한 목적에서 비전문가적인 욕심을 내는 것은 국가보건의 차원에서 볼 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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