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일고 있는 진경준 검사장의 비리,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불거진 각종 의혹 파문.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여론이 여름날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사건의 열쇠는 진경준이 쥐고 있는 셈이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또 우병우 역시 진경준이 넥슨 관계를 진술을 한다 해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 수사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슨 배경이 있어서 일까? 우병우는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를 고집하며 오히려 특별 감찰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병우는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한 검사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지 않았던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당시에도 “나는 나의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법률적으로 나는 잘못한 게 없다.”라고 비판을 일축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라도 하고 싶은 일이 참 많다. 그러나 하고 싶다고 해서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다. 설령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잘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손꼽을 정도다. 이는 능력이 문제가 되고, 사회적 분위기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려고 한다면 문제가 발생되고 복잡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 한 것이다. 특히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권력자들은 이런저런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이곳, 저곳에서 유혹을 받기도 하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을 처리하기도 한다. 물론 내가 하고 싶고, 또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도 그 일이 국민들을 위한 일이며 꼭 해야 할 일인지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하고 싶고,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을 하며 산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 어쩜 더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일을 할 경우, 성취감과 자기만족에서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가 하고 싶지 않아도 꼭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것은 자기희생이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 자신이 꼭 해야 할 일을 하셨음을 기록해 놓았다.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기도 속에 그 뜻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병우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으나 꼭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2014년 우병우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었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400억 원대의 재산가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나타냈지만 인사에 반영이 되지 않았다. 검사 출신인 진경준. 우병우를 보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경험하는 것 같다.

자신들은 지금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자신의 그 같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같을 수는 없다. 아무리 그 일이 좋아도 내 생각과 항상 같은 사람은 없다. 생김새가 각자 다르듯 생각하는 것도 모두가 다른 것이다.

따라서 살아가는 사고방식이 다르고 비전도 다를 수밖에 없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도 좋지만 공동체 사회 조직 속에서 사는 우리는 모든 일들에 대해 서로 맞추어 가며 살아가는 게 현명한 삶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해도 내 생각만 고집하고 타인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타인에게 상처를 안겨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보면서 주나라의 강태공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주나라 문왕이 사냥을 하러 갔는데 그날따라 한 마리의 짐승도 못 잡고 돌아오는 길에 왠 노인이 강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한눈에 비범한 사람임을 알아챈 문왕이 낚시질과 정치에 대해 비슷한 것을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노인은 “낚시에는 세 가지의 심오한 이치가 숨어 있다며 첫째, 녹을 주어 인재를 취하는 것. 둘째, 좋은 먹이로써 더욱 큰 고기를 낚을 수 있는 법으로 인재에 녹을 많이 주면 줄수록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충성하는 신하가 나올 수 있다는 것. 셋째, 물고기가 종류에 따라 요리법이 다르듯 인재와 성품과 됨됨이에 따라 벼슬을 달리해서 직무를 맡기는 것”이 비슷하다고 했다.

문왕은 바로 그를 국사로 봉하며 태공망(太公望)이라고 칭했다. 그가 바로 세월을 낚던 ‘강태공’이다. 지도자는 하나의 사물도 지나침 없이 관찰하고 한 명의 인재도 빠짐없이 골고루 등용하며, 한 가지의 충고도 귀를 기울여 소중하게 받아들이면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지혜를 얻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인사 문제를 보면서 절실하게 느끼며 공감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등용을 잘못하다 보니 몇몇 힘 있는 자들로 인해 대통령이 실정을 하게 되고,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이다.

앞서도 청와대 출신 두 명(현재 모두 20대 국회의원)이 자신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한 일로 인해 박 대통령이 잠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이번에도 박 대통령이 인사를 잘못해 균열의 틈새를 차지하게 된 것은 운명에 앞서 어이가 없다.

결과적으로는 사람을 잘못 쓰면서 민심이반과 함께 레임덕을 부추기는 위험성이 내포돼 있는 등 야당에 빌미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끼를 잘못 던진 꼴이 되었다. 당장 여론은 ‘특권의식과 오만함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검찰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선출되지 않는 권력에 대한 비난과 함께 검찰 조직이 점차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지만 지도자는 이제부터라도 강태공의 ‘낚시에서 세 가지 심오한 이치’를 다시 한 번 통찰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선거철만 되면 ’등‘ 만 보이던 권력자들이 선거가 끝나면 ‘턱’만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관모(冠帽)가 너무 무거워지면 자칫 목이 꺾일 수도 있다.” “십 년 세도 없다.” 그동안 전직 대통령 등 권력을 휘두른 권력자들의 최후가 얼마나 비참했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꼭 해야 할 일을 먼저 생각하는 분별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자신이 손해를 보고, 불편하고, 희생이 따르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감당할 수 있는 담대함으로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지혜를 그릇되게 이용하는 불완전한 권력자들과 그들을 믿고 등용하는 지도자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시인. 칼럼니스트. 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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