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는 수많은 병원의 광고와 의학 지식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뉴스를 틀면 “최근 OO질환이 유행하고 있어 증상이 있으면 신속히 전문의 진료를 받고 정밀 검사를 해봐야 한다”라는 말을 언제나 들을 수 있다.

지식의 홍수를 넘어 정보에 파묻히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들은 스스로 질환이나 치료에 대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됐지만, 정확한 정보를 구분하기 어려워 언론에 의존하기도 한다.

가령, 인터넷에 ‘두통 MRI’라고 검색을 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들이 나온다.

두통은 비교적 흔한 증상 중의 하나지만, 간혹 뇌종양과 같은 매우 심각한 질병의 초기 증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두통이 지속되는 경우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고 정밀검사를 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두통이 지속되면 모두 MRI와 같은 정밀 검사를 해봐야 할까? 아니면 그냥 진통제만 먹을 것인가? MRI는 그럼 언제 찍어야 할까?

이 질문은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전체 의료비와도 관련이 있는 비교적 예민한 문제다.

두통에 대한 검사를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보면, 두통은 비교적 흔한데 비해 수술적 치료를 진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선택적인 환자에 대해서만 영상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침에 심해지는 두통이라든지 마비와 같이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간질 발작이 동반되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미국 신경과 의사들이 정한 진료지침에도 반영돼 있는 것으로 많은 의사들이 실제 진료현장에서 진료지침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간혹 가벼운 두통이나 혹은 외상 후 환자가 원해서 촬영한 영상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2015년 미국 워싱턴 의과대학에서 미국 신경외과 학회지에 발표한 “신경외과적 관점에서 본 두통환자들의 영상검사(Choosing Wisely: A NeurosurgicalPerspective on Neuroimaging for Headaches)”라는 연구 논문에서는 기존의 진료지침과는 조금 반대되는 의견을 담고 있다.

논문은 두통환자 치료에 많은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는 말로 시작한다.

2012년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2조 8천억 달러(약 300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두통 진료에 쓰였다.

또 많은 학회에서 일반적인 두통에 대해선 영상검사를 하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조심스럽게 이런 보수적인 진료지침이 의료비 상승은 억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심각한 질병의 진단을 늦어지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저자들은 병원에서 뇌종양으로 수술 받은 환자 95명을 대상으로 처음 발견 당시의 증상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95명의 환자 중 11명의 환자들에서 두통 이외에 다른 증상이 없었고 3명은 어떤 증상도 없었다.

따라서 기존의 진료지침을 적용시켰다면 27~63%까지 환자들의 진단 시기를 놓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저자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즉, 이전의 진료지침을 맹목적으로 적용할 경우 많은 뇌종양 환자들의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 결론이다.

오늘도 외래에는 두통이 지속된다고 영상검사를 처방해 달라고 하는 환자들이 찾아 온다. 정답은 없다.

어떤 이에게는 약을 처방해주고, 어떤 이에게는 고가의 검사를 진행한다.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어떤 하나의 기준을 맹신하기보다는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다 해도 모든 환자는 다를 수 있기에 세심히 관찰해 신중하게 치료방향을 결정할 뿐이다. <도움말: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외과 조진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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