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 혈관의 길이는 약 10만 km이다. 지구 두 바퀴 반을 돌만큼의 긴 길이인 만큼, 건강관리에 있어 혈관 건강을 빼놓을 수 없다.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은 ‘여성 건강 캠페인’의 일환으로 만사혈통, 즉 ‘혈관이 건강해야 온몸이 건강하다’는 말처럼 건강의 기본이 되는 혈관에 대해 짚어보고, 혈관 건강 이상의 대표적인 질환인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한 4가지 생활 수칙을 발표했다.

심혈관 질환은 심장과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을 포함하여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이는 고혈압을 비롯해 필요 이상의 많은 지방성분 물질이 혈액 내에 존재해 혈관 벽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는 고지혈증과 죽상동맥경화증, 협심증, 심근경색증, 부정맥, 심장 마비까지 총칭한다.

심혈관 질환은 남성들의 질환? 70대 이후는 여성 환자가 더 많아

흔히 심혈관 질환은 흡연과 육류를 즐기는 남성들의 질환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주된 사망원인으로 가장 흔한 종양인 유방암보다도 더 많은 여성이 심장병으로 사망에 이른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고시한 자료(2015)에 따르면 2014년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전체 환자는 남성이 95만 2천 명으로 42만 1천 명인 여성 환자보다 월등히 많으나, 연령별로 살펴보면 70대를 기점으로 여성 환자(14만 9천명)가 남성 환자(13만 6천명)를 추월했다.

문제는 이러한 심혈관 질환은 사망률 또한 높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4년 기준 한국인의 10대 사망원인 중 1위가 암(악성 신생물), 2위가 심장 질환, 3위가 뇌혈관 질환이었으며 여성 또한 암을 제외하면 심장 질환이 사망 원인 1위였다. 특히 심장 질환은 10년 전에 비해 사망 원인 순위가 3위에서 2위로 상승했다.

중년 여성에게 심혈관 질환이 위협적인 이유는 폐경에 따른 여성호르몬의 분비 저하가 크게 작용한다. 에스트로겐이라 불리는 여성호르몬은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과 좋은 콜레스테롤(HDL 콜레스테롤) 수치의 균형을 맞춰 심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폐경으로 인해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어들면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좋은 콜레스테롤(HDL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며 혈압이 올라가고 혈중 지질이 쌓이는 등 혈관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심장의 근육세포가 노화되며 탄력을 잃게 되는 것도 중년 이후 여성들의 심혈관 질환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찬바람 부는 겨울뿐 아니라 일교차 심한 봄에도 심혈관 질환 환자 발생 비율 증가
찬바람 부는 겨울뿐 아니라 요즘과 같은 봄철 또한 큰 일교차로 인해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병 환자 발생이 증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온 변화가 심한 봄철에 자율 신경계의 이상으로 혈관 수축이 쉽게 유발되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겨우내 활동량이 줄었다가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며 심장에 무리가 생기는 것도 원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4년 월별 심혈관 질환 환자 수 자료를 계절별로 분류한 결과, 겨울철(12~2월, 829,089명)에 비해 3~5월에 해당하는 봄철(834,687명)에 심혈관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이들이 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심혈관 질환자는 봄철 무리한 야외 활동을 피하고 외출 시에는 따뜻한 외투를 챙기는 것이 좋다.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장 편욱범 교수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심혈관 질환이 평균 10년 정도 늦게 발병하고, 동반질환도 많아 진단 시기를 놓치고 증상이 심각해진 뒤에야 질환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 질병 발생 시 예후가 남성에 비해 나쁘다”며 “일교차가 심한 봄철에는 갑작스러운 심혈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증가하는데 평소 혈관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적정체중 유지, 꾸준한 운동, 채소와 생선 중심의 저염식 등 생활수칙을 유지하며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고 조언했다.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한 4가지 생활 수칙>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고, 생선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기
우리나라 사람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1.2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5g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짜게 먹는 습관은 혈압을 높여 심혈관 질환의 발생과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 등푸른 생선에 들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은 혈중 중성지방을 낮추고 혈전 형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므로 일주일에 생선을 2회 이상 섭취하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채소류 및 해조류 등 섬유소가 많은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하기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키에 맞는 적정체중을 유지하고(체질량지수 기준 25㎏/㎡ 미만) 여성의 경우 허리둘레를 85cm미만, 남성은 90cm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인 운동하기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4일 이상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운동하는 것으로 혈압과 혈당을 낮출 수 있다. 시간을 나누어 수회에 걸쳐 총 30분 이상 운동을 해도 같은 효과가 있으므로 따로 시간을 내지 못하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측정하기
심장건강을 해치는 고혈압, 당뇨병 발생이 증가하는 40대 이후에는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자신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가족력 등 다른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의 경우 자신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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