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세월, 어느 공간에서 실든 사람은 늘 고통을 느끼며 아프기 마련이다. 홀로 살든, 가족과 함께 살든, 빈자든, 부자든, 배운 자든 무식한 자든 병이 들면 외로움을 느끼며 고독해지고 비참해지기까지 한다.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순간 모두가 헛되고 헛된 삶을 알게 된다. 천하를 정복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의 일화가 떠오른다. 알렉산더 대왕이 아테네를 정복한 후 자신에게 무릎을 꿇지 않는 철학자인 디오게네스가 살고 있는 곳을 찾아갔다.

디오게네스는 누더기 옷을 걸치고 머리는 산발한 채 나무통 옆에 쪼그리고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정복자인 알렉산더가 찾아왔는데도 디오게네스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오랜 침묵이 흐른 후 마침내 디오게네스가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

“폐하께서는 지금 가장 바라고 소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리스를 정복하는 것이네” “그 다음에는요?” “아마도 온 세상을 정복하는 것이겠지” “그런 다음에는요.” “그렇게 하고 나면 좀 쉬면서 내 인생을 즐겨야 하겠지”

그 말을 들은 디오게네스는 “참 이상하시군요. 왜 지금은 쉬면서 인생을 즐기시지 않으십니까?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습니다. 대왕은 머지않아 제 말을 실감하며 실망할 날이 올 것입니다.”

세계 정복을 꿈꾸어 왔던 알렉산더는 불행하게도 33세의 젊은 나이에 열병으로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이 세상을 하직했다. 많은 이들이 알렉산더를 보고 매우 어리석은 자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그런 알렉산더의 꿈이 우리들의 현 모습인 것을…많은 사람들에게 ‘만약 3일 후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 3일을 어떻게 보내겠는가?’라고 물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좋은 일을 하겠다.’ ‘부모에게 못다 한 효도를 하겠다.’ ‘남을 미워하지 않고 사랑으로 대하겠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겠다.’ ‘여행을 가겠다.’ ‘남은 시간들을 소중하게 살겠다.’ ‘자신의 모든 것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겠다.’ 등등의 좋은 말을 한다.

안타까운 것은 디오게네스가 알렉산더 대왕에게 말을 했듯 왜 지금부터 그런 마음을 실천에 옮기며 여유롭게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가 하는 것이다.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거역할 수 없다.

일초 일초가 그래서 우리에게는 새롭고 소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매일(每日)을 마치 그것이 네 최초(最初)의 날인 동시에 네 최후(最後)의 날인 것 같이 살아라.” 굳이 하우프트만의 말이 아니라도 우리는 그런 마음으로 소중한 하루의 삶을 살아야 한다.

물론 말하기는 쉽지만 정작 그렇게 살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오늘 하루를 최초의 날이자 마지막 날처럼 산다는 것은 자기의 인생을 최고도의 성실과 정열을 가지고 살아가는 의미 있는 삶의 자세라 할 수 있다.

오늘이 나의 인생의 첫날이자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오늘은 모든 것이 새롭고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 하루의 삶에 대해 빈틈없는 마음과 절실한 감정으로 조심을 하면서 ‘일분일초’를 헛되이 낭비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또한 모든 사람들을 처음이자 마지막 날의 만남으로 되는 오늘이다 보니 실수를 하지 않으려 하고 예의를 지키며 잘 하려고 애를 쓸 것이다. 특히 좋은 관계로 남기를 바란다. 그런 오늘이지만 망각의 동물이기도 한 많은 사람들은 불행하게도 자기의 삶이 마치 영원하게 지속될 것 같은 착각의 마음을 갖고 오늘을 보내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알렉산더와 같은 명예와 부(富)와 더 많은 땅을 소유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정당하게 이윤을 추구하기보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약자를 착취해 배를 불리려 하고 남을 짓밟아서라도 높은 지위를 얻으려 하고 지나친 과욕을 부린다.

너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은 지나친 탐욕으로 병이 생기고, 또 그런 탐욕이 만든 스트레스로 인해 진흙탕 밭 삶에서 허우적거린다. 지나간 과거인 어제, 또 어쩌면 맞이하지 못할 미래인 내일, 그러나 오늘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참으로 소중한 날이다.

말 그대로 오늘이란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날이다. 새롭게 맞이할 내일은 내일일 뿐이고 지나간 어제는 어제일 뿐이다. 오늘인 하루하루가 지나가면서 한 생(生)을 살아가는 우리다.

인생은 짧다. 그러나 그 짧은 삶 속의 온갖 괴로움이 우리의 인생을 길게 만들기도 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큰 은혜는 쉽게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되돌려주지 않아도 좋은 빚이라고 생각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인생의 삶을 그런 식으로 머리를 굴리며 이 세상을 살아간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하루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현재인 ‘오늘’은 사람을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멈추지도 않고 흘러간다. 살다 보면 실수도 많고 아픔도 많다. 그것이 어쩜 인생인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한순간에 과거인 어제로 돌아가는 ‘오늘’ 이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그래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모양과 또 어떤 색깔로 나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지를 생각하고 내가 간직하고 품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느릿하게 한 걸음씩 발자국을 떼며 걸어가던 세상이 빠르게 뛰어가는 것처럼 절실히 느껴지는 흘러만 가는 세월 속에서 자신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한다. 늘 그랬듯이 모아지는 의미는 하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우리가 간직해야 되는 것들 중 가장 먼저 간직해야 할 것은 바로 ‘나’인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그래야 남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고 소중하게 여기게 되며 나아가 이 세상을 밝고 맑은 사회를 이룰 수 있다. 부정을 뜻하는 NO를 거꾸로 뒤집으면 긍정을 뜻하는 ON이 된다. 오늘 하루만 긍정적으로 살면 한 평생을 긍정적인 삶으로 살아갈 수 있다.

[시인. 칼럼니스트. 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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