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요인 검사 보편화 시급…BRCA 검사 통한 예방 중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배우 안젤리나 졸리. 영화만큼이나 그녀가 또 다른 분야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유전으로 인한 암 발생을 예방 위해 과감히 신체 일부를 제거하는 '예방적 절제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선택은 이른바 '졸리 효과'로 확대되며 많은 여성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고, 그 여파로 의료계 역시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발병 근원을 사전에 예방하는 '시스템 구축'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
안젤리나 졸리는 모계(母系) 유전을 통해 유방암·난소암 발병 비율이 높은 그룹에 속했다. 그녀의 엄마나 이모(각각 난소암과 유방암으로 사망)는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염색체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했는데 이것이 바로 'BRCA 돌연변이'다.우리나라의 경우 7~8%가 가족력을 통해 유방암에 걸리는데 이들 대부분이 BRCA1과 BRCA2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성으로 유전되는 BRCA1과 BRCA2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은 각각 87%, 70%가 유방암 발병 확률을 가진다.

난소암의 경우 44%와 18%대 비율로 발병 확률이 높다.

유방암의 경우 일반인 100명 중 12명이 유방암에 걸릴 때 BRCA1 돌연변이 보유자는 87명이, BRCA2 보유자는 70명이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다는 말이다.

난소암 역시 일반인 100명 중 2명이 걸릴 때 BRCA1 돌연변이 보유자는 44명이, BRCA2 돌연변이 보유자는 18명이 난소암에 걸릴 수 있다.

유방암보다 난소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BRCA 돌연변이 유전자 보유자의 암 발병 비율은 유방암이 확실히 난소암을 압도하고 있다.

다만 유방암은 조기 발견이 쉬운데 반해 난소암의 경우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증상이 없어 환자 100명 중 75%가 3기~4기에 발견된다.

생존율이 그 만큼 높지 않다는 의미다. 

3~4기 난소암 환자는 우선적으로 종양 제거 수술을 받는데 이때 종양이 얼마나 잔류하느냐에 따라 환자 생존율이 달라진다.

김병기 교수(삼성서울병원 부인암센터장)은 "진행성 난소암의 75%는 수술 후 재발하는데, 재발후 2차 항암요법 반응율은 백금민감성이 40~60%, 백금지속성이 15~25%에 불과하다"면서 "기존 항암제들이 적응증을 확대하며 재발율을 낮추고 있으나 생존율을 높이지는 못하고 있다"고 치료 동향을 설명했다.

다만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인 AZ 난소암 치료제 올라파닙에 대해서는 "재발율을 낮추는데 효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특히 BRCA 돌연변이 군에서 높은 효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난소암 유전자 검사 보편화 시급

좋은 치료제가 나온다 하더라도 비용에 대한 부담과 질병으로 인한 고통은 결국 환자의 몫이다. 이런 결과를 예방하려면 암 발병 원인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검진의 보편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종원 교수
김종원 교수(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BRCA 보유 여부를 확인하면 난소절제술을 비롯한 적절한 예방 계획을 세울 수 있지만 지금은 난소암 환자의 검사가 매우 적다"면서 "한국에서 'BRCA 변이 유전자 검사'는 아직도 소수에게만 이뤄지고 있어 검사의 보편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검사에 대한 일반 의료진, 국민의 이해 수준을 높여야 한다. 유전자 인구 선별검사를 통해 암 발병 비율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면서 "암으로 진행된 후에 보인자를 확인하는 것은 암 예방의 실패"라고 피력했다.

현재 BRCA 유전자 검사의 보험급여 적용 대상은 △유방암 혹은 난소암이 진단되고 환자의 가족 및 친척에서 1명 이상 유방암 혹은 난소암이 있는 경우 △환자 본인에게 유방암, 난소암이 동시 발병한 경우 △40세 이전에 진단된 유방암 △양측성 유방암 △남성 유방암 △상피성 난소암 환자 등이다.

국내에서 BRCA 유전자 동반 난소암 환자는 160여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난소암으로 새롭게 진단받는 2000여명 중 90%가 상피성 난소암 환자이며 이 중 10%가 유전성 난소암 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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