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훈 이사장 "출혈, 브릴린타 혜택으로 상쇄"

"심근경색은 물론 심혈관 사망 자체를 감소시켰기 때문에 브릴린타가 확실히 이익이 있다고 본다."

브릴린타(성분 티가크렐러)의 대규모 임상인 PEGASUS-TIMI 54 결과가 발표되자 심장내과를 비롯한 관련 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안태훈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이사장이 브릴린타 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의료진의 높은 기대감을 반영하듯 PEGASUS-TIMI 54 임상 결과를 두고 현장에서는 이중항혈소판요법(DAPT) 가이드라인 변경에 대한 기대감까지 고조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메디팜스투데이는 스탠트 시술이 필요한 환자를 가장 많이 대면하는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안태훈 이사장(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을 만나 브릴린타 PEGASUS-TIMI 54에 대한 의미를 직접 들어봤다.

안태훈 이사장은 먼저 PEGASUS-TIMI 54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그동안 이중항혈소판요법(DAPT)에 대한 연구들은 있어 왔지만 PEGASUS-TIMI 54 임상연구와 같이 잘 설계된 연구는 없었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심근경색 병력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에 대해 브릴린타의 장기 사용에 타당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의 가이드라인은 심근경색 발생 후 12개월 이상 경과한 환자들에 대해 아스피린 단독요법을 사용하도록 돼 있다"면서 "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 심근경색발생 후 12개월 이상 경과한 환자들에게 동맥경화성, 혈전성 사건의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브릴린타는 PLATO를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고, PEGASUS-TIMI 54를 통해 장기 투여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하면서 "PCI 이력이 있는 환자나 없는 환자 모두에서 12개월 이상 장기간 사용 시 심혈관 사망률을 감소시켰다는 것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더 중요한 것은 3년 시점까지 브릴린타의 심혈관 사망률 감소 효과가 위약대비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항혈소판제 가운데 이러한 효과를 입증한 약제는 없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브릴린타의 경우 일단 PEGASUS-TIMI 54 임상 연구 결과를 통해 최소 5년까지는 심혈관 사망률 감소 효과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브릴린타의 '이중경로' 강점이 되다

안태훈 이사장은 브릴린타의 PEGASUS-TIMI 54에 대한 의의를 설명하면서 약제가 가진 특수한 작용 기전이 추가적인 효과를 더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티에노피리딘 계열의 항혈소판제는 혈소판 경로를 통해 작용하는데, 브릴린타는 혈소판 경로와 아데노신 경로를 통한 이중경로로 작용한다"면서 "스타틴이 콜레스테롤 강하 효과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기능이 있는 것처럼 브릴린타 역시 아데노신 효과를 통해 항혈소판 효과 외에도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이것을 이른바'Beyond anti-platelet effect(항혈소판 효과를 넘어서는 혜택)'라고 하는데  이와 관련한 산발적인 데이터들은 있지만, 아데노신 효과를 통해 추가적인 효과를 제공한다는 확증적인 데이터는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측에 따르면 브릴린타는 혈소판 경로를 통해 P2Y12 수용체를 억제해 항혈소판 효과를 나타내고, 아데노신 경로를 통해 적혈구의 ENT-1 수송체를 억제해 추가적인 혈소판 활성화 및 응집 억제 효과, 심장보호 효과, 혈관 확장 효과 등의 추가적 이익을 나타낸다.

안태훈 이사장은 "이런 배경으로 브릴린타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2~3일 전에만 투여를 중단하면 혈소판의 기능이 원래대로 회복시킬 수 있어 문제가 없다"면서 "이러한 특징들이 PEGASUS-TIMI 54 임상연구의 긍정적인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릴린타, 뇌출혈 발생 사례 없어

안태훈 이사장은 항혈전제의 최대 약점인 출혈 이슈에 대해서도 브릴린타의 경우 약물의 혜택이 출혈 위험을 우위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국내에서 브릴린타가 도입됐을 때 뇌출혈에 대한 우려가 많아서 유심히 관찰을 했다"면서 "소출혈이 발생한 경우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뇌출혈이 발생한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다. 심각한 뇌출혈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출혈에 대한 부담은 기존 항혈소판제제들이 12개월 이상 장기 사용에 대한 명확한 임상 데이터가 없었던 때문"이라고 전제하면서 "환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과 출혈에 대한 우려를 비교 평가 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 출혈 자체만으로 항혈소판제를 장기간 사용에 대한 부담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브릴린타는 치명적 출혈발생에 위약과 큰 차이가 없었다"면서 "위약과 브릴린타 두 가지 용량 모두에서 치명적 출혈 발생률이 0.6%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정도는 충분히 대처가 가능할 뿐 아니라 브릴린타가 제공하는 혜택과 비교했을 때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혈관이상으로 인한 사망과 심근경색, 뇌졸중의 발생 감소는 항혈전제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는데 브릴린타는 이를 PEGASUS-TIMI 54 임상으로 입증했다. 

안태훈 이사장은 "브릴린타는 심근경색은 물론 심혈관 사망 자체를 감소시켰기 때문에 확실히 이익이 있다고 본다"면서 "심혈관 사망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감소시킨 것은 앞서 얘기한 브릴린타의 (아데노신)추가적인 효과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브릴린타가 PLATO 임상연구를 통해 모든  ACS 환자에 대해 심혈관 사망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입증했지만, (약물 투여)대상 환자를 모두로 볼 것인지 고위험군에 대해 선별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필요할 것 같다"면서 "임상의 입장에서 본다면 출혈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사용한다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브릴린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약제

안 이사장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혈전제 플라빅스와 비교해 볼 때 고위험환자에서 브릴린타의 사용 요구가 높다. 플라빅스는 약제에 저항이 생기거나 약효가 떨어지는 환자군이 있는데 브릴린타는 그렇지 않다"고 전제하면서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브릴린타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약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심근경색을 경험하고, PCI 시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기존에도 아스피린과 브릴린타 병용요법을 사용해왔다"면서 "12개월 이상에서도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특히 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도 12개월에 약을 정확히 중단하는 환자들은 없었다"면서 "전체적인 동맥경화의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심근경색 발생 이후 3~5년 정도는 아스피린과 항혈소판제를 함께 투여하고, 이후 안정이 되었다고 판단되면 아스피린 단독요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에서도 전체적인 동맥경화의 위험을 고려하면 항혈소판제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합의는 이미 이루어져 있는 상태"라고 소개했다.

PEGASUS-TIMI 54 임상 이후 가이드라인 변경에 대해서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안태훈 이사장은 "국내 가이드라인의 경우 미국심장학회(ACC)나 유럽심장학회(ESC)의 가이드라인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먼저 개정을 하고, 이후 (국내 가이드라인에)반영해 개정하는 순으로 진행이 될 것으로 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PEGASUS-TIMI 54 임상에서 아쉬운 부분은 없을까?

안태훈 이사장은 "이번 연구는 심근경색 병력이 있는 환자들이 포함됐는데, 발생 직후 혹은 PCI 시술을 받은 직후 등 투여 시점이 더 빨랐다면 더 큰 효과를 나타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더불어 가족력 보유 여부, PCI 시술과 관련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환자군을 모두 포함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PEGASUS-TIMI 54 임상에서 나타난 60ml 투여 결과에 기대감을 보이면서 "90mg와 비교했을 때 효능은 거의 같은데 보다 안전한 것으로 나타나 아시아 환자에 더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 장기적으로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용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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