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실패, 인정하는 문화 만들어져야"

국내제약연구소에 일하는 2만 여명의 연구자들에게 가장 두려운 결과는 뭘까? 바로 진행 중인 연구가 실패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배경에 경쟁약물이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제네릭 혹은 미투(잘 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모방해 만든 것)를 선보이며 시작한 초기 연구 프로세스가 신약개발 연구까지 이어지며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동아쏘시오 홀딩스 그룹 내 핵심 연구소를 총괄하고 있는 윤태영 혁신신약연구소 소장
우리 제약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신속하게 나서면서도 결과에 대해 함구하는 배경이다. 이런 정체된 '연구문화'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소가 있다. 동아제약 핵심 연구소 4곳을 총괄하는 윤태영소장이 근무하는 동아혁신연구소가 그곳이다.

동아쏘시오 동아치매센터와 동아혁신연구소 및 회사별 연구소를 총괄하는 윤태영 소장은 이런 문화에 대해 "연구 실패를 인정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일침했다.

그는 "그동안 (국내제약기업)연구소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만들던지(제네릭), 개선하던지(개량신약), 특허가 안걸리게 하는 연구만 해왔기 때문에 실패라는 것을 상당히 두려워한다"면서 "신약 개발의 경우 물질 개발부터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설이 맞냐 그르냐를 증명하는 것인데 접근 방법에서 (연구자와 제약기업 오너)관점이 다르다보니 이런 문화 차이를 만들어 낸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윤 소장은 "국내 제약기업들은 진도(제품 출시) 빼는 것에 시선이 집중된 것 같다"면서 "기업 연구소에서 사이언스가 또 그런 마인드(연구자 중심의 연구진행)가 너무 주목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 연구 현황에 일침을 놓은 동아쏘시오 홀딩스 연구소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윤태영 소장은 "(강신호)회장님이 뭘하라고 지시하는 타입도 아니시고 연구자에게 권한을 주고 맡기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하면서 "다만 회장님이 주변에 치매로 고생하시는 분들을 보며 안타까워 하시다 2013년에 동아치매센터를 만들어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룹 내)연구소 마다 진행하던 치매치료제 연구에 시너지를 내기 위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치매센터를 통해 외국이나 국내 연구소 외에 산학연 네트워크를 진행하며 하나의 개체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지금 연구 속도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분야는 천연물신약"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치매센터는 올해 국내 임상 진입을 목표로 천연물 연구에 한창이다. 이와 함께 미국 하버드대학 치매연구소와 공동으로 매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가능성이 확인되면 바이오마커를 보는 연구자 임상 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연장선상에서 혁신신약연구소에 초기 과제를, 바이오텍연구소가 대학과 줄기세포 관련 공동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치매센터, 동아쏘시오 연구의 중심축

동아치매센터는 다양한 방면에서 치매치료제 연구 방법을 모색하고 잇다. 물질 재분석에서부터 새 타깃 발견, 줄기세포치료제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

윤태영 소장은 "동아치매센터가 설립된 이후 국내 치매 전문가들과 교류가 잦아지고 센터에 대한 이들의 기대로 높아지고 있다"면서 "치매는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이지만 특히 국내는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기존 약보다 더 괜찮은 약이 나오지 않으면 굉장한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에 큰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행 중인 연구과제의 가능성이 확인되면 글로벌 제약사들과 파트너링을 맺고 공동 임상연구를 진행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세계적으로도 치매치료제 연구가 거의 모두 실패했지만 하루 빨리 연구 성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있는 약들은 모두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로 아직까지 질병 진행을 멈추게 하거나 증상을 개선하는 것은 욕심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기존 치료제보다 좀더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고, 이후 근본적인 치료 가능성을 확인해 가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책임을 맡고 있는 혁신신약연구소 역시 말 그대로 혁신적인 약물을 개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직 개발이 요원한 분야 중에서 그가 주목하는 분야는 항암제 영역이다.

항암제 연구는 국내 제약기업 연구소들이 경험하지 못한 분야 중 하나다. 윤태영 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분야이면서 치료제 개발에 가장 많은 실패를 낳는 항암제 영역에서 가능성을 찾고 있다.

윤태영 소장은 "기초 바이올로지에서 시작해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잡은 것이 암이다"면서 "항암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돼 과학적으로 접근하기에 가장 좋은 질환"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은 다시 시작하는 와이드 오픈 단계다. 우리가 무모하지만 같이 끼어들어 경쟁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현재는 암세포를 억제하면서 면역세포가 항암 면역 반응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물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개발되지 않는 항암제 연구를 진행하려면 천문학적인 숫자의 연구비가 있어야 한다. 윤태영 소장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임상 단계부터 라이센스 또는 파트너링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윤태영 소장은 "조금 일찍 라이센스 아웃하던가 파트너링을 통해 리스크 줄이고 (다국적제약사의 연구 경험을)같이 배우는 쪽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근본적 초기 과제들은 우리가 직접 임상을 해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연구자 중심 연구, 싹 터야"

초기 물질 단계부터 연구를 시작하는 그에게 부담은 없을까.

이에 대해 윤태영 소장은 "결국은 우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먼저 시작해야 하고,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면서 "결국 혁신신약연구소는 검증되지 않은 타겟을 약으로 만드는 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에서 8년간 근무한 윤태영 소장은 연구자인 자신의 목표를 "우리나라에 없는 디스커버리"로 정했다.

윤 소장은 "거의 없다시피한 그런 부분을 만드는, 그런 약을 만들겠다는 것이 나의 목표다. 연구를 하면서 플랫폼이나 시스템을 갖춰나가면서 (후배 연구자들에게 이런 길이 있다는 것을)보여 줄 수 있는 밀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 하며 빠질 수 없는 질문 한가지를 던졌다.

"왜 한국에 오셨나요?"

"3년 전에 한국에 온 것은 이런 소명의식이랄까, 그건 것을 우리나라에서 만들고 싶었다. 마침 동아제약에서 판을 깔아주겠다고 해서 왔다"

혁신 신약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 결과만을 중시하는 한국 제약 기업 연구소의 제 역할 찾기, 신약 개발 프로세스를 연구자 중심으로 돌리려는 그의 작은 움직임이 한국의 글로벌 혁신 신약 출시라는 거대한 목표에 닿기를 응원해 본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