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릴 때 이 연장의 뿌리부터 舌舌舌 오그라들고 세상 살맛 잃을 때 이 연장 바닥이 까끌까끌해지고 병에서 회복될 때 가장 먼저 이 끝으로 신호가 오는 예민한 이 연장,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사마천은 이것 함부로 놀려서 궁형의 치욕을, 한비자는 민첩하게 사용 못한 죄로 사약 받고 죽었다는데 잘못 사용하면 남이 아니라 내게 먼저 화근이 되는 가장 비싸면서 가장 싼 천년만년 녹슬지 않는 붉은 근육질의 저!”

김나영의 시(詩) ‘연장론’ 중에서 나오는 싯귀 다. 비록 세치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거대하고 무서운 힘을 가진 연장이 또 있을까.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니 어디 마음 놓고 쓸 수도 없다. 그렇다고 입을 다물자니 그보다 더 답답한 것도 없고, 또 무뚝뚝하다는 소리까지 듣게 된다. 그런 입을 그대로 다물고 있을 수도 없으니, 혹 그 입을 벌려 마음 놓고 휘두르려했다간 그 설화(舌禍)가 무거운 눈덩이가 되어 온다.

그래도 그것이 없으면 도저히 살 수 없는 우리네다. ‘말이 씨가 된다’는 옛 속담이 있다. 이는 말로 말미암아 자칫 화근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을 할 때는 항상 조심을 하라는 뜻을 의미하는 것이다. 말을 조심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더 어려운 처지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정치인들의 경우 무심코 내뺃은 말이 화근이 되어 인격에 손상을 입히고 자신의 입지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최근에도 국회청문회에서 ‘노인폄하 발언’으로 여론이 들끓었지만 자성은커녕 여전히 ‘설화’(舌禍)를 마구 쏟아내고 있는 설 모 야당의원. 그런 사람이 이번 국회 회기 중에서도 ‘국민 대표’ 운운하면서 장관을 꾸짖고 있는데 과연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인격자인지 묻고 싶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어떤 정치인은 여대생들 앞에서 여성비하 발언을 했다가 의원직을 잃기도 했다. 모두 세치 혀를 잘못 놀려 자신도 망하고 타인에게도 큰 상처를 안겨주기도 한다.

성경에는 사람이 하는 말로 인해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최상의 복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즉 말이나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 선한 말이나 선한 행동을 했다면 선한 결과를 얻을 것이고, 악한 말이나 행동을 했다면 그 결과가 악하게 나타날 것이니 항상 말을 할 때는 조심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말의 중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재미교포 신은미, 통진당 황선, 정명훈 시향 예술 감독, 박현정 대표, 정윤회, 박관천, 전 대전국세청장 박 모씨, 모두가 말 때문에 평지풍파를 일으키며 나라까지 온통 쑥대 밭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이렇게 어수선한 차에 ‘정윤회 문건 파동’이 겹치면서 국정 상황이 급변하는 등 나라가 온통 시끌버끌하다.

정윤회가 “이제는 사냥개가 아니라 진돗개가 되겠다.”고 하는 마당에 박대통령이 “청와대 실세가 있다면 삼인방이 아니라 진돗개”라고 했는데 혹시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키우고 있는 두 마리의 애견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윤회를 지목하고 그에게 힘을 실어주니 까불지 말고 입 다물고 있으라는 것인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진돗개와 감시견(犬)이 서로 물고 뜯으며 짖어대자 잡견(雜犬) 같은 일부 정치인들이 내용도 제대로 모르면서 덩달아 마구 짖고 있다.

긍정을 배울 생각은 않고 늘 부정과 비판만 하려고 하는 야당의원들과 사회 시민단체들, 생각자체가 병들어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대한민국 경제 성장에 대해 경탄을 마지않는데 정작 우리는 자신들이 뽑아 놓은 대통령에게 막말을 퍼붓는 등 대통령을 깎아 내리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물론 잘못한 정책에 대해서는 지적도, 비난도 필요하다. 그게 바로 민주국가다. 그러나 잘 한 것에 대해서는 협조를 하고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옳다.

심심하면 당명도 바꾸고 위원회 명칭도 신설하려고 한다. 건물 겉모양만 고치고, 문패만 바꾼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안에 사는 사람은 바꾸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더구나 대통령을 욕하고 펌하하면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행운도 주어지다보니 너도 나도 막 말을 하면서 관심을 끌려고 한다. 기가 막힌 세상이 되어버렸다. 상대를 비방하고 상처를 주는 말을 하면서도 그게 ‘표현의 자유’란다. 참 뻔뻔하다.

표현의 자유를 완전히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역대 정권을 보면 청와대 권력과 비선 권력에 얽힌 비리와 갈등이 행사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 어느 정권이든 통치자 외에 비선 실세가 있기 마련이고 그 실세는 인사에 개입하고 이권을 챙기면서 국정을 농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무수한 말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지도자는 물론 국민들의 가슴에도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특히 청와대 비서관들이 국정에 깊이 개입했다는 근거 없는 낭설이 떠돌면서 현 정권의 신뢰도마저 떨어지고 있다. 근세에 들어서는 실세 외에도 ‘대표가신’ ‘나는 깃털’ ‘상왕’ 등 가신과 비선의 암투로 발전했다. 박대통령이 여당 중진들과 오찬을 나누는 자리에서 “찌라시에 불과한 문건으로 나라가 흔들려서야 되겠느냐?” 며 한탄의 말을 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박 대통령이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고도 ‘찌라시 수준’ 임을 밝혀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미리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건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에 대한 분위기를 보면 청와대, 여당은 ‘찌라시 수준의 문건’ 으로 보고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는 것 같고, 이슈가 없는 야당은 호재를 만난 듯 부풀리기로 여론몰이를 하면서 민심을 얻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 마음에서 야당 대표는 박대통령의 ‘찌라시 수준’ 을 두고 ‘대통령공공기록물’ 이라고 고집하며 대통령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 물론 단순하게 생각하면 대통령이 국민 여론을 의식하지 못하고 ‘찌라시 수준’ 이라고 한 표현방법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그 문건이 아주 보잘 것 없는 내용이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볼 수도 있다.

더구나 발언한 곳이 공공장소도 아니고, 대상도 여러 계층, 집단이 아니라 집권 여당 당직자들과의 모임에서 나온 말이다. 같은 뜻을 갖고 있는 집단의 사람들에게 한 말일뿐인데 야당이 너무 확대해서 비난 하는 것은 그 모임에 성격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물론 지금 국민여론을 보면 불통인 박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엄청 떨어졌고 심지어는 정치를 잘못한다는 여론도 절반 수준인 48%나 되는 등 부정적 경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박지만 미행 사건, 비선, 암투는 삼류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검찰은 강남식당모임에 대한 정보를 제보한 박 모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소환, 진술을 받았지만 조사과정에서 박씨가 ‘나도 들은 이야기다.’ 라며 말을 바꾸었다. 완전 소설로서 사실이 아님이 드러난 것이다. 또 삼자대질 조사도 했다. 결과는 서로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대에 반해 조사는 싱겁게 끝난 것이다.

특히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낸 정윤회는 검찰청 입구에서 “누가 불장난을 하고 있는데 그 불장난을 하는 자를 잡겠다.” 고 자신 있게 말을 해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인가. 물론 검찰이 통화기록 등을 재조사하면서 수사는 계속되겠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카더라 식'이다. 양파껍질을 벗기듯 벗겨보지만 결국은 아무 소득도 없이 끝날 것 같다.

과거 한나라당 대표시절에도 박대통령은 주변에 2인자를 만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 대통령은 아무리 가까운 측근이라도 독자적인 권력을 행사한다 싶으면 곧바로 거리를 둔다. 박 대통령의 통치철학이 그렇다. 박 대통령은 일찍이 부친의 권력구조, 암투를 직접 지켜보고 체험한 사람이다. 부모의 비참한 최후를 어린나이에 목격하면서 그 여진이 그대로 가슴에 남아 있는 것이다. 상당한 트라우마를 겪은 분이다.

그래서 덤으로 산다는 ‘사(死) 생(生)관’ 을 갖고 있다. 그래서일까, 박대통령 핵심 측근들조차 인사의 배경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로 허구성 루머가 나돌 정도다. 만약 청와대에 실세가 있다면 삼인방이 아니라 진돗개다. 그러나 박대통령은 ‘지난 15년간 우직하게 일만 한 직원 일뿐’ 이라고 정씨를 두둔하는 말도 했다. 실세와 비서를 겨냥해 대통령을 흔들려고 한다.

비서는 대통령에게 절대 필요한 사람이다. 영어 ‘시크리터리(secretary)’ 만큼 신분 차가 큰 경우도 드물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장관’의 직책명이다. 또한 회사나 기관의 고위직을 보좌하는 ‘비서’의 직업명으로도 불려진다. 다른 역할을 하는데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는 이유는 원래 장관과 비서의 뿌리가 같기 때문이라고 한다. 글을 일고 쓰는 사람이 드문 시절, 문서 해독과 작성 능력이 있는 이들이 국가의 사무를 맡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의 개인적 일을 돕기도 했던 데서 유래된 것이다.

문자로 기록하는 일을 맡는 ‘서기’가 소련이나 중국에서는 공산당 고위직을 일컫는 용어로 쓰여지고, 북한의 경우는 노동당 간부가 ‘비서’ 라는 직함을 갖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 시크리터리의 어원은 라틴어 ‘세크레타리우스(secretarius)’ 다. 비밀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정부 문서를 정리하거나 중요 인물의 일을 돕는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유포하지 않는다는 직업적 책무가 표현에 담겨있다.

더 근원적인 어원은 라틴어 ‘세체르네레(secernere)’ 다. ‘분리된’ 또는 ‘구별된’ 이라는 뜻의 단어다. 책무와 자아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비서는 단지 조력자로서 그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주인 행세까지 하려고 들면 안 된다는 원칙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만큼 비서는 그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에 빠지기 쉽다는 경고의 뜻으로 받아드려야 한다. 청와대 비서관은 문자 그대로 비서다.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비서관 모두 대통령의 참모에 불과 할 뿐이다. 그런 자신을 실세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크게 착각하는 것이다. 아울러 측근들의 비리나 권력을 남용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가차 없이 연(緣)을 끊어야 한다. 결국 이번 사태가 수습되고 국정운영을 정상화 시키는 길은 대통령의 냉철한 상황인식과 결단에 달렸다고 본다.

다른 사람 말은 그렇게도 잘 믿으면서 대통령의 말은 못 믿겠다는 것도 문제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다. 다른 사람 말을 믿듯 대통령도 한 번 믿어 보자.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영혼을 소생하고 성숙하게 하는 사랑과 애정이 담긴 말, 긍정적인 말만 하는 아름다운 이 세상을 만들어보자.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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