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선거 때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이 재정이 바닥상태에 이르자 엉뚱하게도 그 책임을 박근혜 정부에 떠넘기며 발을 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분위기가 고조되자 청와대가 진영대결 양상으로 번지는 무상복지 논쟁에 뛰어들었다. 법적 장치가 마련된 무상보육을 감싸면서도 법제화 안된 무상 급식에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국민 여론을 의식한 듯 누리과정은 각종 법률과 시행령을 근거로 의무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인 반면 무상급식은 법적 토대가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누리과정 예산 배정을 거부하는 시도교육청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 유아교육법 24조와 시행령 29조는 유치원과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어린이집, 그 밖에 교육부령으로 유아교육을 실시하도록 지정 받은 기관의 유아라고 규정되어 있다.

또 비용과 관련해서도 영유아교육법 34조와 시행령 23조를 보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보통교부금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명시되어있다. 반면 무상급식의 법적 토대인 학교 급식법은 애매모호하다. 지원근거와 범위를 밝힌 제9조에는 지원 대상으로 기초생활 수급권자와 차상위 계층에 속하는 자, 한 부모가족 학생 등 전반적인 소외계층과 함께 교육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학생 이라고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더구나 같은 법 8조에는 학교급식을 위한 식품비는 보호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로 되어있고 수요자 부담 원칙까지 분명하게 정해놓았다. 청와대가 이처럼 무상보육에 대한 법적 정당성을 합리화 시키는 동시에 무상급식과 관련한 법과 현실사이의 괴리를 부각시키는 의도는 야당과 시.도교육청의 주장을 무력화시키며 보육 및 급식예산 배정에서 법에 정해진 대로 집행 할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야당과 진보성 교육감들은 이를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청와대가 주장하는 무상교육의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법률 사항이지만 실제 무상보육의 재원을 교부금에서 충당하라고 규정 한 것은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으로 체계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는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을 설치, 경영함에 필요한 재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가 교부해 교육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 무상보육에 대한 규정은 없다.

그러면서도 야당과 진보교육감들이 정부 여당의 관련법 개정이나 정비 요구에는 무조건 거부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야당과 진보교육감들은 박 대통령이 공약을 안 지키고 국민을 기만했다고 비난하지만 그들 또한 박 대통령을 비난 할 자격이 없다. 그들 역시 출마 때 무상보육,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그 책임을 박근혜정부에 전가하는 것이야 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특히 진보교육감들은 표만 의식하고 무조건 인심 쓰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을 부인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바람에 두 번에 걸친 교육감선거에서 완전 무상급식 공약은 엄청난 득표 률을 과시했지만 결과는 재정예산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지 않은가. 진보교육감 대부분이 무상급식을 앞세워 국민을 기만한 죄가 크다. 자신들도 그렇게 표만 의식하고 허위공약을 남발해 놓고도 정부에 실책을 뒤집어 씌우며 비난하는 것은 개도 비웃을 일이다.

이는 국민을 그만큼 무시하고 기만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무상 급식으로 인해 학교예산집행에 상당한 차질을 빚어오지 않았던가. 교사(校舍)수리 등 다른 항목의 예산은 감히 집행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이 났다. 또 저가급식비로 인해 학생들 대부분이 도시락을 사오면서 학생들이 먹지 않고 남긴 음식물처리에도 상당한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무상급식이란 잘못된 표현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국민이 내는 혈세로 모든 학생의 급식을 해결하자는 것이 바로 무상급식의 개념인데 이는 포퓰리즘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무상급식은 어떤 측면에서 보더라도 합당치 못한 발상이다. 우선 사회정의라는 관점에서 볼 때 무상급식은 공정성에 위배된다. 경제적으로 급식을 조달 할 여유가 있는 가정의 자녀들까지 세금으로 지원되는 급식을 제공한다는 것은 결국은 약자계층에게 분배될 사회적 혜택을 그 수만큼 감축시키는 행위다.

모두에게 균등하게 분배하는 보편적 무상 급식은 사회주의국가에서나 있는 일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히 선택적 복지가 맞다. 없는 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지 있는 자에게 까지 혜택을 준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무상급식은 흔히 무임승차라는 매우 위험한 심리를 부추기는 역할까지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를 한 예로 보듯 보편적 복지를 우선시하며 선심정책을 남발하는 국가의 재정은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다.

그리스의 경우 국가 전체의 경제적 기능이 마비되었음에도 위기 타개를 위한 정부의 긴축재정이 퇴직자들의 연금을 축소한다는 이유로 거리에서 폭동에 가까운 소요가 반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공무원 노조의 시위, 보편적 복지 확대와 무임승차 심리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인식 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선진국 중 완전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나라는 핀란드와 스웨덴 두 나라 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들 국가들은 우리나라보다 조세율이 상당히 높고 빈부 격차가 작다. 무상급식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부모들이 내는 세금에서 자녀들의 급식비가 포함되어 있어 무상급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맞다. 당장은 무상급식이라 좋아하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이 시점에서는 학생이 없어도 국민 전체가 세금을 내야 하지만 차별화된 유상급식이 되면 학부모만 내면 된다.

현재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경비는 약 8만 명이 넘는 교원을 신규 채용 할 수 있는 엄청난 재정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의 필요나 과목의 특성에 맞춰 1교실에 2인 이상 교사를 배치해 학교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한 편 경제적으로 취역한 지역의 학교에 보다 많은 교사를 지원해 지역간 학력격차를 줄일 수 있다. 중산층 이상 학생들에게까지 무료급식을 확대하는 것과 교사를 증원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국민들의 손에 달렸다.

그에 대한 판단은 복잡하지 않다고 본다. 이참에 한 마디 하자면 교육정책은 중앙정부와 방향이 같아야 한다. 지역마다, 교육감에 따라 교육정책이 바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특히나 교육감은 교육에만 전념해야 하는데 일부 진보 교육감들이 정치에 관심을 보이면서 선심공약에 속아 그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의 무책임한 선택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아울러서 교육감은 선거에 의한 선출이 아니라 중앙에서 임명하는 임명제로 전환되어야 마땅하다.

그래서 중앙 정부 교육정책과 맞아야 한다. 똑같이 선심공약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박대통령과 정부에 공약불이행을 탓하며 야당과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는 스스로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입이 천개라도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는 무상복지 등 복지사업 예산을 91억조에 불과했지만 문 후보의 경우 무려 130억조 에 이르렀을 정도다. 지금도 재정 파탄이 일어나는 데 만약 문 후보가 지금에 자리에 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누가 되었어도 재정이 없다보니 마찬가지다. 이제라도 정치권이나 진보교육감들은 잘못된 공약 남발을 인정하되 급식과 관련, 부모를 이용했던 사실과 실책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지혜를 하나로 모아 무상복지 및 무상급식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증세를 하든지, 아니면 보편적 복지에서 선택적 복지로 할 것 인지 어느 쪽이 더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신속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그 판단은 사심을 버리면 어려울 것이 없다. 오늘 내가 좀 더 편히 살기위해서 엄청난 빚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는 없지 않겠는가.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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