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으로 시끄러운 요즘이다. 세월호 사건이 모든 것을 4월 16일로 정지시켜놓았다. 국회는 파행 국회로 치닫고 정국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국가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정도로 국격(國格)이 무참하게 무너졌다. 한 마디로 영(令)이 서지를 않는다. 자유와 민주라는 괴물이 사람들의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 우리 마음에 타협이라는 단어는 아예 없었던 것일까.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신선하게 맞이하고 싶었던 작은 기대를 무참히 뭉개버리는 것은 사회 전역에서 일어나는 그 악스러운 행태들 때문이다. 그런 정국에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표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월호에 집착하면서 나라 경제마저 흔들어 놓고 있다. 지금 문희상의원이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을 맡았지만 그가 당을 제대로 이끌지도 분명치 않다. 벌써 박지원의원에게 입조심 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계파싸움에 지도력도, 추종력(followership)도 사라진지 이미 오래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여전히 세월호특별법을 내세워 국회 등원을 거부하는 터라 새누리당이 자신을 반대하는 시민들과도 소통 할 기회마저 잃었다. 제 1야당의 이런 표류는 어지러운 정국을 초래한 가장 큰 요인이 되어버렸다. 새정치연합을 이 지경에 이르게 한 근본적인 원인은 정체성의 상실이라고 본다.

과거와 달리 새정치연합은 무슨 이념을 따라 어떤 정책들을 추구하는 정당인지 조차 그 누구도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오직 계파싸움만 일삼다보니 일부 시민단체, 노종조합, 이익단체 심지어는 세월호 유가족과 같은 임시적 집단들이 거리낌 없이 정당에 들어 와 ‘감 놔라 콩 놔라’ 해도 끌려가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본의 아니게 그들에게 말려든 상황에서 그들을 내부로 불러들이고 심지어는 그들의 힘을 빌려 영향력을 키우려는 어리석은 의원들도 나오고 있다. 자연히 외부세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면서 여당과의 관계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며 늘 적대감을 갖고 협상을 하려하지 않는다. 문제는 정당이 그런 급진적이고 비타협적이고 투쟁만 일삼는 세력에 휘말리면서 차분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없을뿐더러 합리적 정책이 마련 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당내 강경파의 주장이 강하다보니 협상이 원만하게 처리되지 않는다. 어렵사리 두 번에 걸쳐 양당원내대표들이 합의한 이번 세월호 사건에 관한 법안처럼 의원총회에서 비토가 되어버리기 일수다. 참으로 아쉬운 것은 당의 정체성이나 정책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도 아니고 단지 “유족의 뜻이 아니다.”라는 상식이하의 이유로 부결이 된다는 것이다.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과거 DJ는 “정치인은 국민보다 반 발짝 앞서서 손을 잡고 가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너무 앞서가면 국민과 떨어지면 힘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을 쫓아가는 것도 경계했다. 그렇게 되면 비전도, 정당의 방향도 잃어버린다고 지적했다. 그 역할을 정치인이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인이 누구보다 더 많이 고민해야 하고 책임을 질 줄 알아야한다.

그러나 장외투쟁만 일삼고 계파 싸움질만 하는 야당에는 그런 고민이 전혀 없는 것 같다. 단지 여론에 휩쓸려 쫓아다니며 정부와의 대립으로 갈등을 조성할 뿐이다. 비겁하게도 장황한 말들만 무성하고 고민도, 책임도 없다. 때만 되면 세비만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몇 달 동안 정국이 마비될 정도로 논란이 되고 있는 세월호를 놓고 그 기준을 따져보자.

일반 유가족들이 말하듯 세월호 수사권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세월호 일반 유가족측은 단원고 유가족과 구분해서 말하라고 한다. 그들은 단지 ‘진상규명’ 만을 요구할 뿐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예산국회를 포기 할 만큼 중대한 일인가, 너무 정치화 되다보니 조속한 해결보다는 갈등과 분열만 고조되는 결과를 초래 했다.

앞으로 권력형 비리 수사는 어떻게 할 건가. 무슨 사건이 발생 할 때마다 국가를 불신하며 특검을 실시하고 그 때마다 수사권을 발동 할 것인가. 이제 박영선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가 구성되었지만 온건파는 배제되고 친노 강경파 주도로 이루어져 문 위원장이 잘 해나갈까 우려된다. 문희상 비대위 위원장은 당의 상황을 ‘침몰하는 배’로 규정하고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을 강조했다.

특히 문 비대위 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방명록에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후 명량대전을 앞두고 수군은 무너졌으니 유군으로 싸우라는 선조의 어명에 아직 신(臣)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 있어 해군으로 사력을 다해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인 글을 인용한 글을 올렸다.

문 위원장이 이 글을 올린 것을 좋게 생각해 세월호 정국에서 내홍과 갈등으로 국민들의 실망과 지탄을 받고 있는 새정치연합이 처한 현실을 적극 타개한다는 결연한 의지로 해석하고 싶다. 그러나 문 위원장이 착각한 게 있다. 12척의 배가 아니라 지금 새정치연합은 300여척의 배를 갖고 있는 거대한 야당이다.

더 이상 계파주의를 탈피하고 300척의 배를 띄워 전략을 세워 여당과 싸워야 한다. 그런데도 12척 운운하며 더 이상 물러 날수 없다고 하는 것은 잘못 된 것 같다. 새정치연합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이런 언행을 일삼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문 위원장은 세월호의 문제를 풀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로 인해 파행정국으로 치닫고 장외투쟁을 일삼으며 경제 혼란을 가져온 것에 대해서 대국민 사과가 없었던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여당은 풍지 박산이 된 야당을 기다릴 수 있겠지만 지금 국민들은 당장 먹고사는데 급급하다. 그래서 끈기를 갖고 기다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일자리가 줄어 자식들이 이력서만 들고 다니는 게 슬프고,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자살 노인들의 형편이 매우 절박하다. 7.30 재ㆍ보선에서 표출된바 있고 추석 때 귀향했던 의원들도 귀가 따갑게 들었던 원성의 소리가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세월호에 발이 묶여 예산국회마저 포기하고 장외투쟁을 하면서 계파 집안싸움만 일삼으니…. 그 집안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이제 지역 덕을 보던 3김 시대는 지나 간지 오래다 유권자의 민심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역할거주의를 청산하고 시민단체나 일부단체에 편승, 정책도 없이 머리로만 계산하는 정치는 하지 말자. 정치인 스스로가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정말이지 ‘새 정치’ 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국민이 과연 어떤 정치를 원하는지 진정한 고민을 할 때다. 그나마 양심이 있다면 일도 안하면서 세비를 갖고 가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또 다시 이름뿐인 ‘비상’ 말로만 ‘개혁’ 으로는 감동을 줄 수 없다. 여야를 떠나 모든 정치인들에게 고하는 충정어린 충고다.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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