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대로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이 불발로 처리되자 새천년민주연합이 다른 민생법안처리를 뒤로 하고 박근혜대통령과 여당을 압박하면서 돌파구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월호 정국이 이처럼 악화됨에 따라 18일부터 예정된 국조특위 청문회도 연기 또는 무산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호 특별법에만 목을 매고 있는 새천년연합은 오직 세월호 유가족들만 눈에 보이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가 보다.

특별법 못지않게 시급한 민생법안은 모두 뒷전이다. 특별법 재협상을 위해 다른 법안까지도 발목을 잡은 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게 넘겨주겠다고 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문제는 야당이 특검추천위원 7명 가운데 국회의원 몫인 4명 중 야당 몫으로 3명을 추천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일부 언론이 세월호법과 다른 법 연계문제를 기사화 한 것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표시했다.

또한 집권여당이 책임지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야당 탓만 한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문재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세월호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기’를 강조 했다. 박지원 의원, 정동영 전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도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무효화하고 유족들의 동의을 얻은 재협상을 주장하며 박영선 비대위원장을 압박하고 있다.

자신들이 대표로 뽑아 놓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내세운 박 비대위원장을 흔들어 놓고 있다. 지도부와 원로ㆍ중진의원들과 당이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새천년연합의 강경파 세력으로 불리는 의원 44명도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을 요구하며 박 비대위원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물론 박 위원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천년 연합의 의석수가 130석인데 그 중 절반이 넘는 84명의 의원들이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 촉구’ 공동성명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바로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들은 유가족 동의를 문제 삼고 있지만 이미 여야 대표가 합의 한 것에 대해 재협상을 굳이 한다면 유가족 동의에 앞서 국민들의 동의를 먼저 얻어야 되지 않을까.

이들이 주장이 얼핏 들으면 그럴싸한 말 같지만 그런 감성적인 언어가 일부 지지층의 마음을 감동케 할 수는 있어도 이번 재보선을 통해 표출된 국민의 정치를 정면으로 거슬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아직도 그 오만함이 국민을 우습게 여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유족의 입장을 최대한으로 반영하되 국가법체계의 틀은 유지해야 함에도 정치적 공세로 몰아붙이며 정부 여당을 윽박지르기식의 논리로 압박을 하는 것 자체가 억지다.

반드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사실 규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전례 없이 당사자인 피해 가족 대표를 참여시키고 강제조사가 가능한 임의 동행 권까지 파격적으로 부여하는 특별법에 양당 원내대표가 사실상 합의에 이른 것이다. 다만 형벌을 집행하는 수사권과 기소 권은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상설 특별검사 법안에 따른 특검에 맡기기로 합의 했다.

유가족들은 야당의 등에 업혀 진상규명위가 수사권과 기소권까지 가져야 한다고 고집하지만 이는 모르는 소리다. 물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규명은 당연히 밝혀져야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집고 넘어 갈 것은 대한민국은 삼권이 분리된 법치국가라는 것이다. 그런 법치국가에서 어느 특정인을 위해 법질서 체계가 무너지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야당과 일부 유가족대표가 사법부 관할인 수사권과 기소권부여 요구를 하는 것은 억지요구이며 대다수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분명하게 지적하자면 이들의 죽음은 단순한 배의 침몰로 인한 해상사고에 불과하다. 1차적으로는 선박회사와의 문제다. 따라서 세월호 선주와 이런 사고가 나도록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관료들이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 박 대통령도 정부의 그 어느 누구도 저들 젊은이들을 수장시키도록 교사한 사실도 없다. 다만 최고 통수권자로서 상징적인 책임이 있을 뿐이다.

사고 당시의 박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도 그렇다. 긴박한 전시상태도 아니고 일반적인 해상 배 침몰 사고였다. 지금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밝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들을 죽이라고 사주라도 하고 도피라도 했단 말인가. 사고가 나면 사고를 낸 기업체가 책임을 지고 보상하는 게 당연지사다. 그럼에도 일부 사회단체나 정당이 그들에게 국민의 혈세로 전쟁영웅보다 더한 보상을 하면서 특혜를 주려고 한다.

그런 부류들의 농간에 놀아나는 일부 유가족들이 대통령까지도 수사하고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월권이며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박회사에 항의 농성은커녕, 그 책임을 청와대와 정부에 돌려 마치 정부가 방관해서 일어난 사고처럼 물고 늘어지는 건 아직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자책과 함께 애도의 마음으로 지냈다. 노란 리본도 달고 분향소를 찾아가 조문도 하고 성금까지도 모았다. 그만큼 자기 일처럼 마음 아파하고 슬퍼했다. 그럼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유가족들이 지나친 요구를 하면서 민심이 변하고 있다. 그들 주장대로라면 법체계가 무너지는 사법부가 존재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은 국민적 동의를 결코 받을 수 없을 만큼의 무모한 법안이다. 법안의 내용이 너무나 국민적 정서와는 완전히 동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형평에 맞지도 않을 정도로 엄청난 특혜와 초법적인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왜 세월호 유족들만 그런 혜택을 누려야 하는지의 설명도 부족하다.

이번 참사 유가족에게 특혜을 준다면 과거 천안함 피폭, 연평도 해전 때 조국의 자유를 지키다 산화한 전몰장병 가족들, 대구 지하철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때의 수백 명의 희생자 가족, 세월호 참사 현장에 출동했다가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6명의 소방대원 가족, 그리고 천안함 사망자 인수 작업 시 순직한 한 준위, 모두에게도 세월호 특별법처럼 대학특례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해야 맞는다.

연평해전에서 순직한 윤소령의 경우 정부 보상금은 몇 천만 원에 불과했다. 어느 누구하나 정부에 대해 불평을 하거나 보상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들의 죽음이 세월호 참사로 죽은 목숨보다 덜한 것은 아닐 것이다. 새천년연합은 말로는 새로운 정당정치를 하겠다고 하면서도 언제나 대의정치를 훼손하는 정당이 아닐 수 없다.

새천년연합은 이번 참사에 대한 최고 책임자인 박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워 추궁을 하겠다고 하는데 정작 책임을 질 정권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앞으로는 조그만 교통사고까지도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하고 특별법에 따라 특혜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 지도자들의 신념과 리더십의 부재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대한민국을 침몰시키려고 하고 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새마을 정신으로 이룩해 놓은 대한민국호가 침몰직전에 와 있다. 비록 가슴은 아프고 힘들겠지만 노란 리본도 가슴속에 묻고 모든 것을 정치권에 맡기자. 국장(國葬)도 아닌데 언제까지 상가(喪家)집에서 슬퍼만 하고 있을 것인가. 특히 8.15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십자가를 메고 교황집전 미사가 열리는 대전 월드컵 경기장으로 죽은 아이들을 교황에게 드리기 위해 안산에서 출발 하는 것을 깊이 생각해보자. 이제는 담보로 잡고 있는 아이들을 놓아주자. 더 이상 죽은 아이들을 이용해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는 말았으면 한다.

아무리 단 맛을 내는 설탕도 지나치면 쓴 맛을 낸다. 시내에서 나갔다가 우연히 걸린 프랭카드를 보았다. “어른들은 이제 저희 아이들을 시위에 나가게 하지 말아주세요” 섬찟한 느낌이 들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닌 비정상이 마치 정상인양 행세를 하면서 정상을 지배하고 압박하는 것 같은 서글픈 느낌이 든다. 정치권을 보면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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