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무심치 않았다. 하늘이 이 나라, 이 민족을 구하셨다. 새정치민주연합(새민연)이 기도한대로 새민연을 회초리로 치고 민의의 심판을 하셨다. 야당의 집요한 심판론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잘못을 반성하고 혁신을 내세우는 새누리당을 선택했다. 자신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만 지적하는 어리석음을 보였던 새민연. 그러다보니 자신들의 텃밭이라 자신했던 전남 순천-곡성을 엄청난 차이로 새누리당에 내주고 말았다.

더구나 이름만 올려도 당선이 되는 ‘광주광산을’이 새민연의 텃밭임을 자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최저 투표율을 보인 것에 대해서도 새민연은 이 반성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체 투표율 22%로 간신히 60%대를 넘겨 체면유지는 되었지만 야권이 ‘광주의 딸’ ‘정의의 화신’ 이라고 치켜세웠는데도 핵심지역을 자처하는 광주 광산을에서 12%대의 지지율로 당선되었음을 감안한다면 이겼지만 결코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심지어는 이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통합진보당 장원섭에게 26.7%의 지지율을 보일 정도로 권은희를 못 마땅하게 생각하며 외면했다. 통합진보당은 이석기 의원이 소속 되어 있는 당으로서 해체여부가 거론되고 있는 문제의 당이 아니든가. 이 같은 저조한 투표율을 보인 것에 대해 한 광주시민은 “윤장현 광주시장에 이어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 논란이 끊기지 않고 있는 권은희를 새민련이 시민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인 보은 공천(!)을 하면서 무시를 당하는 것처럼 불쾌하고 화가 치밀어 투표를 하지 않았다” 고 말한다.

또 한 사람은 “내가 투표하지 않아도 당선이 뻔한 사람이라 굳이 투표장에 갈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고 했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선거 직전 유권자들에게 회초리를 들어 박근혜정부를 때려 달라고 했다. 정작 회초리를 맞을 사람이 자신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 같다. 안철수 공동대표 역시 어리석기는 마찬가지였다. 작은 것 하나를 얻기 위해 열을 잃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민의 정서와는 무관하게 권은희의 보은공천과 세월호 참사 책임론, 심판론을 주장하면서 국민들에게 식상함을 안겨주면서 패배의 길을 스스로 자초했다.

새민연의 행태를 보면 마치 천수답 같아 비오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상대가 실수하기만을 바라는 정당이었다. 더 큰 실책은 세월호 참사 특별법 등 심판론을 정치적 쟁점으로 이어가려고 했지만 현명한 유권자들이 거부 했다. 야당에 대한 유권자의 이런 거부감은 명백하게 드러났다. 호남권도 이변을 낳았지만 중도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충청권(대전, 충남, 충북)유권자들이 지난 지방 선거와는 달리 과감하게 혁신을 강조하는 새누리당을 선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서울 동작을과 수원 등 수도권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손학규, 김두관, 임태희, 정장선 등 거물을 자처하든 인물들이 줄줄이 커다란 표차로 초선에게 참패를 당했다는 사실이다. 말로만 새 정치일 뿐 후보가 모두 과거의 그 얼굴들이었다. 유권자들이 이처럼 작심을 하고 새누리당에 표를 던지게 된 것은 새민연이 민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심판론만 강조하다보니 표심이 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야당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세월호가 심각한 사건이긴 하지만 이를 수습하는 방법은 합리적이며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고 유권자들은 생각하고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주게 되었다. 똑똑한 유권자들은 무능한 정부 여당보다 늘 투쟁만 일삼으며 거리로 뛰쳐나오는 무력한 야당을 더 나쁘게 보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흔한 말로 사회분위기상 밥상을 다 차려 놓아주었는데도 찾아 먹지를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 모든 것은 안철수의 미지끈한 태도와 함께 리더십의 결여에 있었다.

이번 재보선 결과가 이렇게 되리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론은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씨를 뿌린 대로 거둔 것이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제 1야당으로 수권정당을 자처하는 새민련의 안철수는 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모한 전략공천을 하면서 당원은 물론 많은 국민들에게까지 실망감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광주 광산 텃밭에 권은희를 전략공천하고 일찍부터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기동민을 난데없이 연고지도 아닌 ‘동작을’에 전략공천하더니 급기야는 박원순과 경기고 선후배 관계인 노회찬 후보에게 후보직을 물려주게 하고 사퇴를 시켰다.

그것도 ‘당 대 당’ 통합 차원이 아닌 개인적으로 단일화를 시켰던 것이다. 지지자들과 당원들의 뜻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 덕을 노회찬이 톡톡히 보았다. 낙선은 했지만 그나마 야권 단일화로 체면유지는 했다는 말이다. 또 크게 덕을 본 곳이 수원정이다. 야권연대를 하면서 새민련이 수도권에서 한 곳을 어렵사리 건졌다. 그래서 4석이 됐다. 사실 말이지만 무모한 독불장군 안철수가 공천만 어지간히 했어도 천막유세를 하면서 노상에서 먹고 자고하는 생고생은 안 해도 됐을 것이다.

안철수 천막유세가 시작되면서 야당 당직자에게 “기분이 어떠시냐?” 고 물어보았더니 “우리는 지난 서울 광장 천막투쟁의 경험이 있어 별 다른 어려움은 없다. 우리는 이게 체질인가 보다.” 그 말을 들으면서 새누리당과 새민련이 근본적으로 다른 게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철수는 일찍부터 광주 광산을에 천정배 전 의원을 배제하고 광산을의 기동민 후보를 서울 동작을로 강제 이주시키고 동작을의 금태섭 전 대변인은 뜬금없이 수원에 배치하려다 실패하고, 광산을에 야당 내부에서 조차 반대하는 권은희 후보를 꽂은 현기증 나는 전략공천에 남이 못 맞추게 한 것 말고 무슨 특별한 전략도 없었다.

결국 금태섭과도 결별을 하게 된것이다. 이 같은 참패의 결과는 권은희 후보공천은 ‘국정원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진정성을 훼손한다며 그 결과로 보수 결집을 불어올 수 있다는 당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부린 결과에서 얻어진 것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이제는 새민련이 ‘지도체제를 바꾸는 게 아니라 장외투쟁일변도의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적하고 싶은 말이 있다. “책임을 물어야 할 상황이 생기면 남을 탓하기에 앞서 먼저 자기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말하기가 힘든 단어는 “내가 틀렸어” 라는 말이라고 한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공유하면 상대방은 진솔함을 느껴 그 사람과 심리적으로 가까워지고, 화자(話者) 역시 공개과정에서 마음의 정화가 일어나는 것을 ’공개의 효과‘ (effect of disclosure) 라고 한다. ‘내가 틀렸어’ 라고 말하는 것은 용기가 아닌 지혜임을 알아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7.30 결과를 수용하여 여야가 향후 국정운영에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지난 6.4지방선거와 7.30 선거는 세월호 사태를 둘러싼 ‘정권심판 정국’ 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집권세력과 야당까지 모두에게 하나의 분수령이 되어야한다.

지금부터 2016년 4월 총선까지 21개월 동안은 이변이 나지 않는 한 큰 규모의 선거는 없다. 박근혜대통령도 집권 2기를 위한 여러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벌써부터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내세워 총체적인 경기부양책도 밀어붙이고 있다. 분명한 것은 박대통령은 집권 1기의 인사 참사와 세월호 위기관리 실패를 점검하고 집권 2기를 새롭게 구상 할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사회적이슈로 되어있는 세월호로 제기된 국가개조작업은 대통령과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

따라서 여당은 국정의 한 축에서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야당과 소통을 통해 입법으로 박정권을 도와야 한다. 그동안 새민련은 이를 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세월호를 정쟁에 이용하려했던 것이다. 선거 완패는 새민련의 이런 태도가 지나쳤음을 보여주고 있다. 야당의 실패에는 원칙과 명분이 없는 공천파동이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김한길, 안철수가 공동대표를 사퇴한 새민련이 당분간은 지도부 교체 파동에 휩싸일게 분명하다. 이제 남은 21개월. 여야 모두가 정책을 공부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로 머리를 맞대고 국정 운영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앞으로 2년 후 총선이 있음을 명심하고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마음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결코 어리숙하지 않다.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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