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보면 어떤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인지를 몇 가지 예를 들어 말해주고 있다. 첫째, 감정을 조절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둘째, 이 땅에서 정신없이 모으는 일에만 빠져 사는 사람이다. 1912년 4월 14일 당시 최대의 호화 유람선인 타이타닉호가 대서양에 침몰했다. 배가 완전히 가라앉기까지는 약 4시간이 걸렸다. 타이타닉호에 승선한 악대(樂隊)는 마지막으로 찬송가 338장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을 연주하며 장렬하게 마지막을 맞이했다.

지난 세월호 참사 때와는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선장은 구명보트를 띄우고 여성들부터 속히 승선할 것을 권유했다. 그런데 두 여인이 명령을 거부하고 선실로 들어갔다. 한 여인은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하나를 가지고 나왔다. 그것은 성경책이었다. 그 여인은 바로 선실을 나올 수 있어 무사히 구명보트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또 다른 여인은 너무 늦게 나오는 바람에 구명보트에 탈 수 없었다.

그녀의 손에는 큰 보석함과 돈 뭉치가 들려 있었다. 그는 자신의 보석함은 물론 선실 안에 흩어져 있던 다른 사람의 보석과 돈을 주어 담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던 것이다. 결국 양손에 보석과 돈을 움켜쥔 채 그 여인은 타이타닉호와 함께 대서양 깊은 바다 속에 가라앉으면서 슬픈 운명을 맞이해야만 했다. 물질에 눈이 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물질은 판단을 흐리게 한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어느 배 한 척이 파선하여 표류하다가 무인도에 이르렀다. 선원들과 승객들은 그 섬에 착륙하여 선장이 준 곡식을 심으며 다가올 겨울을 준비했다. 곡식을 심기 위해 땅을 파다보니 여기저기서 금은보화가 나왔다. 옛날 해적들이 숨겨 둔 것들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농사짓는 것은 잊고 금은보화만 캐기 시작했다. 어느덧 눈발이 날리는 겨울이 다가왔다. 그들은 모두 굶어죽고 말았다. 얼마 후 또 다른 배가 섬에 착륙하여 그 곳에 가보니 해골들이 즐비한데 모두 금은보화를 끌어 앉고 있었다.

그들은 금은보화에 눈이 어두워져 곡식을 심어야 하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당장의 이익에 빠져 먼 훗날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어리석음을 범하면서 살아갈 때가 너무도 많다. 재산 상속 때문에 부모를 버리거나 살해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거액의 보험금을 타먹기 위해 아내, 남편 때로는 자식까지도 죽이는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이 많다는 게 가슴 아프다. 이런 어리석음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인간의 이기적인 탐욕이 있기 때문이다.

근현대에 들어와 물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끝없이 극대화되었고 그 속에서 개인은 희생만 강요당했다. 성과만을 가지고 평가하고 성장 사회를 그리워하는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런 추악한 탐욕이 쌓이고 쌓이면서 온 국민을 애끓는 슬픔으로 빠지게 한 세월호를 탄생시킨 것이다. 낡은 배의 수명을 더 늘리고 그것도 모자라 증축하고 과적까지 하는 위험한 줄타기 앞에 사람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었다. 돈이 사람의 목숨보다 앞자리를 차지한 물질만능의 어리석은 시대가 되었다.

오는 7.30 재보선 후보자를 보면 그런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는데 본인들은 모른 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씨 살해교사 혐의로 구속된 전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형식 서울시의원 “제가 정치에 몸을 담는다면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배신하고 왜곡하는 일이겠지요.” 2011년 12월 5일 한국일보에 실린 백혜련 전 대구지검 검사의 인터뷰 내용이다. 그런 백 전 검사가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에 입당, 안산 단원갑에 출마를 하더니 이번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이름표를 달고 수원을에 출마한다.

출마하는 거야 개인의 자유라 하지만 ‘정치를 하면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던 다짐은 어디로 사라진 것을까? 그보다 더 철판을 뒤집어 쓴 광주 광산을에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로 출마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그녀 역시 ‘정치입문’은 생가하지도 않는다더니 급기야 새정치민주연합의 말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갖가지 너저분한 변명을 늘어놓고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내뱉으며 광주시민을 기만하고 있다.

자칫 위증에 따른 형사적 책임까지 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금배지를 달겠다고 하는 건 보통의 상식을 뛰어 넘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정, 정치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 최소한 수도권에 출마해 유권자의 심판을 거치는 게 옳았다. ‘공천=당선’인 광주에서 출마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또 이들을 공천한 당지도부의 사람도 탐욕에 흠뻑 빠진 어리석은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을 분별없이 뽑아주는 유권자도 어리석기는 매한가지다.

이 세상이 어찌되다 보니 이렇게 어리석은 자들의 농간에 휘둘리는 사회가 되었는지, 앞으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때는 또 얼마나 많은 ‘권은희’ ‘백혜련’ ‘서기호’ ‘임수경’이 배출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섬찟하다. 나라의 안녕이 걱정된다. 이를 보면서 안철수가 말하는 ‘새 정치’는 참으로 대단한 것 같다.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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