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규섭 부회장, "정신질환 사회적 편견 개선 절실"

"고흐도 조울병 환자였다.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자에 편견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감싸안고 함께 가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극심한 심리적 편차를 드러내는 조울병에 대해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신장애 환자를 사회와 단절된 환경 속에 버려두지 말고 안에서 끌어들여 충분히 사회역할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조울병학회 제 16차 연례학술대회에서 국제조울병학회 교육부회장을 맡고 있는 하규섭 교수(국립서울병원장)는 "국내에도 조울병 환자를 지지하는 사회적 조직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조울병 환자들의 원활한 사회생활을 돕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면서 "이런 네트워크는 조울병 환자가 사회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돕는 일을 하는데 한국은 아직 이런 협회가 확립돼 있지 않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제조울병학회는 국내 조울병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환자와 환자가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 세미나를 국제학술대회 프로그램에 넣어 개최하는 등 '환자 끌어안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하규섭 교육부회장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이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고 전제하면서 "임상적인 연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울증 환자들이 병을 극복하고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나아가 조울증도 얼마든지 조절하고 잘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학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정신질환자의 보험 가입 거절을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우울증이나 조울병 등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지 조직이 부족하다"며 "학회가 그 문을 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일반인들에게 조울병이 극복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조울병이 잘못 진단되고 있는 사례들과 가이드라인 준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번 학회를 통해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조울병학회는 학회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옹호의 날(Advocacy Day)'을 마련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고, 지지기반을 형성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진행한다.

이와함께 3월 30일부터 ‘세계 조울병의 날’을 제정해 조울병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한다.

조울증의 진단과 가이드라인 준수의 필요성

하규섭 교육부회장은 "조울증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한 가이드라인 준수 필요성을 이번 학회에서 논의할 것"이라면서 "우울증은 약을 복용해도 2주 정도가 지나야 호전되는데 환자들은 2~3일 안에 나아지기를 바라고 있어 치료가 잘 안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비율도 20~40%정도로 낮다"고 세션 진행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최근 발표된 자료들에서는 우울증 환자의 상당수가 실제로는 조울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강조하면서 "우울증 약물만 처방해 조증일 때 너무 들뜨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른 한 편으로는 조현병과도 혼돈해서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 감정질환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가벼이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하 교육부회장은  "최근 발표된 자료에서는 조현병으로 진단된 환자의 상당수가 실제로는 조울증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었다"면서 "고흐나 링컨처럼 천재적인 위인들에서 보듯이 오히려 사회에 큰 기여를 할 수도 있는 질환이 조울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질환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고, 실손보험에서도 거부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하규섭 교육부회장은 "조울병은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뇌질환으로 적절한 치료를 통해 충분히 극복 가능한 만큼, 환자 자신이나 가족들이 죄책감을 갖거나 나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3월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으로 열린 국제조울병학회는 전세계 1000여명의 조울병 전문가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조울병의 진단과 치료 ▲조울병 환자의 사회 복귀 등에 대한 최신 지견을 다루는 한편  조울병 환자가 우울증세를 겪을 때 진료 가이드라인보다 의사의 경험에 의존해 치료되는 경향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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