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빛 좋은 개살구”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신당 추진 발표에 앞서 윤여준 씨를 영입한다며 기자 회견을 보고 느낀 솔직한 감정이다. 안의원은 타이밍 정치인 소리를 들을 만큼 참으로 절묘한 시점에서 분위기를 조성한다. 무능한 국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극도에 달해 대안적 정치세력에 대한 갈망이 최고조에 달한 점을 이용하고 있다.

아직 실체가 없는 신당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제 1야당인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제압하고 새누리당을 턱 밑까지 위협 할 정도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오죽하면 안철수 신당 추진 발표 이후 곧 바로 문재인 의원이 차기 대권 도전의지를 공개하며 안철수 신당을 향해 포문을 열었을까. 미래의 대권을 위한 리더십이 결여된 가운데 ‘친노’, ‘비노’로 갈려 우왕좌왕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안철수의 존재는 높은 성벽이 아닐 수 없다.

때 아닌 복병을 만난 것이다. 더구나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에서 안의원이 도전장을 던지면서 민주당은 입술이 바짝 마를 수밖에 없게 됐다. 대체로 광주시민들의 반응은 민주당이 장외투쟁만 일삼으며 시간만 허비했고 당의 활동은 기존 사건을 덮거나 새로운 사건을 터뜨리는 데만 급급하고 민생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을 했다. 광주 시민들은 새 정치 못지않게 ‘강한 당(黨)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틈을 타 안철수 의원은 광주에서 ’안철수 바람‘을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미안한 마음이지만 안철수 신당이 성공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우선 안의원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광주, 호남이 지금은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는 것 같지만 민주당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크게 착각하는 것이다. 지금 호남인들이 민주당을 비판하는 것은 민주당 의원 중 절반(65석)인 친노 세력의 패권주의를 탈피하고 원래 적자(김대중계)가 있는 민주당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호남의 아들’을 자처했지만 무색할 정도로 호남인들에게 천대를 받은 것이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 덕에 여(女)권 신장으로 ‘사위’격인 안철수 의원이 어부지리로 지지율이 높아졌을 뿐이다. 이 같은 안철수 현상은 정치권의 불신감이 표출된 새 정치 열망에 대한 거품에 불과하다. 그런 거품은 쉽게 꺼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며칠 전 기자회견도 예외는 아니다.

안 의원은 ‘정계 개편’ ‘새 정치구현’ ‘공정과 복지’ ‘국민통합’ 등의 구호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윤 여준씨를 새 인물로 영입했다고 소개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윤여준은 영입이 아니라 철새처럼 떠났다가 둥지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철새 같은 윤여준씨도 안 의원처럼 논평정치를 장황하게 늘어놓았을 뿐 정작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새 정치 구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시를 하지 못했다.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이론적인 좋은 말만 했다.

이번에는 뭔가 다른 정책 발언을 할 까 하고 잔뜩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의 가슴을 또 한 번 허전하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안철수 바람을 여전히 불어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새누리당, 민주당 등 정치권의 불신에서 대한 책임도 있지만 문제는 일시적인 안철수 현상으로 인해 국민들이 혼란스러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들이 과거처럼 어리석지 않다는 것이다.

현명한 국민들은 정치인 안철수의 리더십을 지적하고 있다. 안 의원은 정치권에 진입한 후 줄곧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 왔다. 늘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하면서도 언제나 구렁이 담 넘어가듯 교과서적인 말만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더구나 ‘새 정치추진 위원회 출범’ 발표 자리에서 새 인물 소개와 함께 구체적인 창당 일정을 밝혀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언급이 없다. 고작 소개 한 분이 윤여준씨 정도다.

그러나 그는 새 인물은 아니다. 이 당, 저 당에서 끌어 모은 떼 묻은 얼굴들로 무슨 새 정치를 구현 할 수 있단 말인가. 현재 국민들이 안철수 신당에 기대를 걸고 지지의 손길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기성정치와는 다른 깨끗하고 참신한 인물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물론 정당 조직과정에서 기성정치인 영입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들의 도덕성을 검증 하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안철수 신당 역시 기존 정당의 낡은 조직과 운영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도덕성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이념적 정체성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안의원이 늘 입버릇처럼 새누리당 보다는 민주당의 정체성과 가깝다고 강조했지만 정확한 이념적 스탠스는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이제까지 늘어 논 말들을 정리해보면 사회 경제적으로는 진보를, 외교안보적으로는 보수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으나 안보 이슈에 대한 이념성을 밝히는 순간 진보지지층의 표가 떨어져 나갈 공산이 크다보니 앞으로도 두리 뭉실하게 애매한 태도로 일관 할 것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뻔하다. 안철수 신당이 성공 할 수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신당에 대한 가치의 문제다.

그동안 대선 이후 안의원은 새 정치구현을 내세우며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콘텐츠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 때도 설익은 비전문적인 인기영합주의 정책을 제시해 전문가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기도 한 그였다. 그런 그가 아직까지도 새로운 정치를 담아낼 정당 모델이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인지, 유권자 중심의 원내 정당인지, 전국정당인지, 아니면 호남정당인지, 서구와 다른 새로운 한국형 모델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공연히 여, 야당과 국민들을 흔들어 놓고 거품처럼 꺼져서는 안 된다. “전국이 아니고 호남에서 지지율이 높다는 게 바로 거품이다. 거품은 곧 빠져버리는 겨. 자기 고향(부산)도 못 잡고 호남에만 기대면 큰 코 다치 제” 의미심장한 호남 사람들의 말을 안의원은 귀담아 들어야한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보아야 하지 않던가.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안의원도 너무 호남에 기대를 걸어서는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인재 양성으로 개인은 물론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 할 수 있었던 학자 출신 안 의원이 어찌하다 정치 늪에 깊이 빠져 천부적 재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아까운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지. 이는 본인은 물론 국가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누구든지 달란트가 있고 있어야 할 자리가 있다. 이제라도 안의원이 환상에서 벗어나 학자의 자리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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