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13년 한 해를 마무리 할 시간이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 이 시간 얼마 남지 않은 계사년 한 해를 뒤돌아보며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또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새해에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 지를 떠올려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 사회가 매우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화제가 되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말이 자꾸 귀에 거슬린다. 언론. 방송 매체에서 연일 눈만 뜨면 쏟아져 나오는 보도 등을 접하면서 2013년 한 해는 과연 그 질문처럼 안녕 한 한 해였는가를 생각해보지만 아닌 것 같다. 6.25 전쟁 직후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쓰여 진 인사말들 중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식사는 하셨습니까?’ 라는 말이 있었다.

사실 이런 인사말은 아주 일상적인 인사말이면서 우리의 실존과 맞닿은 언어로서 오랜 세월 수탈과 전쟁, 가난으로 생존의 위기를 겪어온 지난 역사가 배여있는 일상적 인사의 언어다. 그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 등으로 인해 등 따시고 배가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인사말이 사라졌다. 이제는 지나간 한 세대를 환기시키는 언어이기도하다. 그런 인사말이 또 다시 떠오르고 있다.

2013년 끝자락에 대학가 담벼락에 빼곡이 붙은 손 글씨 대자보 행렬. 모 대학 학생의 대자보에서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명대사가 나왔다. ‘안녕들 하십니까?’ 다. 이 같은 대자보는 과거 30년 전 대학시절의 광경처럼 열정과 분노는 넘치지만 팩트는 불안정하고 논리는 비약되고 주장은 장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자보 릴레이는 대학가를 비롯 고등학교 .해외로까지 확산되고 있을 정도다.

이는 여전히 대학생들의 지성과 사색의 발달 관계가 30년 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 한 것임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철도 파업 등 현실 정치에 대한 청년 세대의 발언으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대자보에 대해 여.야가 정치적 파장과 정치적 유. 불리를 따지느라 정신이 없다. 여기서 정치권이 짚고 넘어갈 것은 그저 개인의 안녕을 뛰어넘어 사회적 안녕을 묻는 사회적 화두가 던져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강요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생각을 묻는 질문 형 화두라는 것이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밥은 먹고 다니지만 정말 마음은 편안한 가’를 한 번 쯤 돌아보자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북한의 도발위협에 이어 일본 수상 아베의 막말과 철도. 의료 민영화에 대한 괴담이 퍼지면서 그야말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하나가 되어야 할 이 때에 안철수 의원은 광주에서 신당 창당을 선언하는 등 야권 분열을 조장하고 민주당은 옳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 정략적인 측면에서 불법파업을 하는 철도노조에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 상식을 벗어난 행동들을 하고 있다.

아무튼 철도 불법파업에 공권력이 투입 되면서 우울한 크리스마스가 된 모양세가 된다. 시시각각 현장을 보도하면서 국운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법과 원칙에서 불법파업을 강행하는 철도노조행위를 지탄 할 민주당 대표가 현장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간부들을 연행하기 위해 경찰이 대거 투입된데 대해 ‘민노총 사무실에 경찰이 투입된 것에 유감’을 표하는 발언을 한 것은 참으로 수권 정당의 대표가 할 말인지 실망스럽다.

철도노조는 한 술 더 떠 과오를 뉘우치기보다는 이제 ‘정권퇴진’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앞서 박대통령을 비하하는 막말까지 경쟁을 하듯 사방에서 터져 나왔지만 그렇게 말 잘하고 상대를 비난하는 민주당에 사리를 분별 할 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는 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위법을 한 철도노조지도부에 그 잘못을 지적하고 불법 파업을 철회하도록 권고했어야 마땅했다.

그에 힘을 얻은 철도노조는 민주노총과 일부지지시민단체가 연대해 촛불 시위까지도 불사하겠다며 정부를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어쩌다 이 나라의 공권력이 가을 나뭇잎처럼 무기력해졌는지. 거기다 한국기독교장로회가 경찰이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체포 작전을 강행 하면서 노동계 인사 130여명이 언행 되는 사태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며 ‘심판이 있으리라’는 성경까지 인용하면서 불법노조에 법 집행을 하려는 공권력에 대해 불법적인 탄압이라고 비난했다.

또 책임자 처벌과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불순함을 보였다.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특정 세력, 특정 집단으로서는 아픔과 손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라전체의 기강을 잡기위해서는 반드시 수행되어야 할 것이 강한 공권력이다. 한편으로는 그 같은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설득과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법과 원칙에서 이루어지는 공권력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아야 한다.

지금도 철도 이슈의 핵심이 ‘코레일에서 경쟁체제의 도입’ 문제인데 적지 않은 국민들이 이를 ‘코레일의 민영화’ 문제로 오해하면서 공권력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만큼 정부로서는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철도 경쟁체제는 여. 야의 공동과제다.

정부는 국민을 상대로 코레일 경쟁체제가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보수. 진보를 초월한 여야 공통의 국가적 과제가 됐다는 것을 성의 있게 설득하는 노력을 보였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야당이 외면하는 가운데 홍보. 설득 전에서 정부가 직업적 노조집단에 급습을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 김대중 전 대통령 때 방만한 철도청을 아예 민영화 하려는 개혁을 추진했으나 제 밥그릇만 챙기며 하늘 무서운 줄 모르며 날뛰는 철도 노조의 결렬한 저항에 밀릴 수 밖에 없었고 그나마 노무현 대통령 때 철도청을 철도공사(코레일)로 전환 할 수 있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문제인 의원이 철도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하면서 “이번 철도파업은 정부를 길들이려는 정치 파업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며 법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인바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그의 페이스북을 통해 “왜 이리 강경한가? 물리력을 중단하고 대화와 타협에 나서라” 고 정부를 비난했다. 차기 집권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정치인과 민주당이 국가적 과제 앞에서 조차 요리조리 말 바꾸기식으로 자세를 보이면 안 된다. 민주당은 수권정당을 의심케 하는 지엽말단적인 철도노조에 부합하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철도 개혁의 대의를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철도노조는 지난 11년간 무려 일곱 번의 파업을 벌려왔다. 그때마다 낙하산 인사와 구조조정을 걸고 넘어 지면서 실속을 챙겨온 공기업이다. 그 결과 코레일은 부실의 늪에 빠졌지만 인건비는 연평균 5.5%씩 올랐고 그래서 지난해의 경우 정부에서 5720억원의 혈세를 수혈받을 만큼 부도 직전이다. 그럼에도 매년 1000억~3000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여온 코레일이다.

적자기업인 코레일의 평균 인건비가 연 6700만원으로 30대 대기업 평균(6300만원)을 웃돌고 있다. 또 구조조정에도 겨우 자연퇴직자 뿐이다. 코레일의 근본문제를 치유하려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막대한 공적 자금투입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더 이상의 파업은 비극을 낳을 뿐이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권의 역할이 크고 중요할 때다.

정파적 이익을 위해 코레일 파업을 역으로 이용하려는 흑심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지금처럼 일부 종교단체나 야당이 민주노총. 철도노조의 입장만 대변한다면 코레일의 파업은 풀길이 없다. 특히 철도노조는 투쟁지상주의의 금단현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괴담은 잊혀지게 마련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문제 해결이 되는지는 그 누구보다도 철도노조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이제라도 정치권이 앞장서서 노(勞)-정(政)의 정면 충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민주노총도 냉정을 되찾아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불법 총파업 계획을 중단하기를 부탁해본다. 며칠 후 2013년을 떠나보내고 맞게 될 신년엔 이 신물 나는 불법파업을 털어내고 싶다. 그래서 밝아오는 신년엔 정말 ‘안녕합니다.’라는 인사를 웃으면서 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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