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언론에 등장하는 기사가 눈에 띈다. 바로 6.25 전쟁에 관한 설문조사 내용이다. 올해도 예년과 다를 바 없이 정부 부처나 기관 언론사 등이 이런 저런 유형의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 했다. 6.25가 북한의 김일성이 소련과 중국의 사주를 받고 일으킨 한국 전쟁이라는 사실은 이제 그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는 사실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 같은 역사의 사실을 애써 부인하려는 불순세력들이 아직도 이 땅에 잔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한탄스럽게도 학생들의 약 70%가 6.25를 북침이라고 했다”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역사 교육이 잘못되어서다. 실로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곳곳에서 한탄과 개탄의 한 숨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을 정도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북침(北侵)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침략함’ 으로, 또 ‘남침(南侵)은 북쪽에서 남쪽을 침범함’ 이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이 서울시 교육청에 의뢰해 ‘6.25 전쟁은 누가 일으켰나’ 라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했는데 응답자 중 86.8%가 북한이라고 응답했다. 이와는 달리 안전행정부가 실시한 여론 조사를 보면 성인 36%, 청소년 53%가 6.25 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조차 모르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 갤럽이 조사한 결과에서는 6.25 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모른다는 비율이 남성(25%)보다 여성(43%)이 훨씬 더 높았다.
이런 기가 막힌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두말 할 것도 없이 학교에서 역사교육을 올바르게 가르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교조 교사들이 역사를 자기 맛대로 왜곡하고 편파적 시각에서 역사교육을 잘 못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조사기관의 자료를 보면 중. 고교생의 52.7%가 6.25 전쟁이 일어난 해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6.25 전쟁이 일어난 지도 어언 6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진보, 보수 세력간 대립이 여전히 격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최근 들어 인터넷에는 6.25와 관련 근거 없는 선동적 글이 난무하고 그것도 부족해 오프라인에서 조차 이념적 이슈를 둘러싼 대립이 증폭되고 있다. 역사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 한 때인 것만은 분명하다. 60여 년 전 6.25 전쟁 시기에 태어난 아이가 이미 환갑을 넘어설 만큼 짧지 않은 세월이 흘러갔다. 폭격에 무참하게 파괴된 도시는 현대적 위용을 갖추었고 피 범벅된 강물은 맑은 색으로 흘러가고 초토화된 산에는 울창한 숲이 되었다.
폐허 위에는 경부 고속도로가 길게 세워지고 새 마을 운동이 전개되면서 경제대국이 건설 된 것이다. 전쟁의 빠른 속도로 치유되는 것과 비례해 전쟁의 아픈 기억조차 빠르게 쇠잔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도 줄잡아 15년 쯤 후에는 거의 소멸 될 세대들이다. 그 이후의 출생자들, 전쟁을 모르는 세대들이 이제 정치와 이념으로 각색된 전쟁이야기를 또 다른 남은 세대들에게 올바르게 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전쟁세대에게는 전쟁은 격분, 공포, 설움이고 전후 세대에겐 한 차례 지나간 역사의 천둥소리다. 63년 전의 참상들이 겹쳐질 때 전쟁세대는 억눌렀던 설움이 다시금 북받쳐 올라오겠지만 인구의 8할을 차지하는 전후 세대에게는 이 땅에 있었다가 빗물에 씻기어 간 또 하나의 슬펐던 스토리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자투리 시간을 내서라도 역사문제를 다루는 신문을 보자. 그렇게 해서라도 6. 25의 역사를 바르게 알고 전하자. 용서는 하되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63년 전 발발 한 6.26 전쟁이다. 6월은 호국의 달이라서 일까. 그래서 그런지 6월엔 유독 정치인들의 군부대 방문이 야야를 막론하고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모두 안보의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 같지만 두 정당은 홈페이지에 군부대 방문 사진들을 홍보용으로 올려놓았다. 본뜻은 그렇지 않겠지만 제 삼자가 보기엔 안타깝게도 그렇게 보인다.더 아쉬운 것은 그 주인공은 군인이 아니라 부대를 방문한 당 지도부 라는 것이다. 한 마디 쓴 소리를 하자면 잘 맞지도 않는 군복 대충 걸쳐 입고 장병들과 기념사진 한 장 찍는다고 바닥에 떨어진 안보의지가 높아지겠는가. 분명히 지적하자면 그들은 정치인들의 선거포스트용에 이용당하는 엑스트라가 아니다. 얄팍한 속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그런 이벤트성 방문은 가급적 피하자. 지휘관들이야 오히려 눈도장 찍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장병들은 높은 분들을 영접 하느라 무척 피곤하다. 또 주의 경계가 산만해질 수도 있다.
오히려 진짜 장병들을 위문하고 격려하려면 사진 찍느라고 법석이지 말고 조용히 다녀와야 맞다. 그리고 꼭 부대를 방문하지 않아도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군가산제’를 부활시켜 그들의 사기를 돋아 줘야 한다. 그게 바로 장병들을 생각하고 위해주는 것이다. 이참에 한마디 하자면 ’군가산제‘ 적용은 남녀 차별이 아니다. 단지 군필자와 미필자로 구분에서 병역을 필한 사람에게 국가와 국민이 보상 차원에서 차별화 하는 것이다.어떤 이는 제대 장병중 공무원 시험 보는 대상이 800명에 불과하다며 그런 특혜는 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숫자로 따져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인구전체에 몇 %로에 지나지 않는 장애인 혜택은 무엇으로 변명하겠는가. 몇 명이 되었던 대상이 있으면 된다. 국가 안위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생을 감내하며 호국영령들이 피를 흘려 지킨 휴전선과 서해북방 한계선(NLL)을 지키는 게 바로 그들 젊은이들이 아닌가.
이웃 간 살상, 학살, 폭격, 생이별, 피란 등등 빛바랜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는 그런 전쟁이 한반도와 다른 지역에서 조차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역사를 바로 알고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는 전쟁이 없는 한반도를 만들어가며 지키겠다는 다짐을 매년 6월이 되면 늘 되풀이해 오는 우리가 아니던가. 지금 한반도의 하늘을 덮고 있는 전운(戰運)은 한민족의 슬기와 역사의식에 대한 회의를 품게 하고 있다.[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